영국 BBC의 제13회 베이징장애인올림픽 생중계 프로그램. 'live coverage'라는 어구가 눈에 들어온다. ⓒBBC

제13회 베이징장애인올림픽이 개막하는 오늘, 주간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당연히 장애인올림픽 얘기에 집중합니다. 드디어 베이징장애인올림픽이 개막하는군요. 장애인올림픽은 전 세계 장애인들의 최대 축제이자 온 인류의 축제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그럴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긍정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장애인올림픽은 TV로 즐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당시 같은 경기를 동시에 생중계해 전파낭비라는 지적까지 받았던 국내 방송사들은 이번 장애인올림픽은 생중계하지 않습니다. 개막식을 중계하는 방송사는 KBS가 유일한데, 아쉽게도 3시간 45분 늦은 7일 0시45분부터 방송합니다.

KBS는 유일하게 주요 경기들의 하이라이트를 편집해 방송하는데, 방송시간이 낮 오후 2시10분부터 3시55분까지로 시청률이 매우 낮은 시간대입니다. 매일 방송하는 것도 아니고, 10일과 11일, 12일, 17일, 18일에만 방송한다고 합니다.

MBC와 SBS, YTN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들 방송사들은 베이징에 중계팀을 파견하지 않고, 뉴스팀만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즉, 뉴스시간을 통해서만 장애인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각 방송사들이 장애인올림픽을 생중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시청률과 광고 때문일 것입니다. 장애인올림픽을 생중계해도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광고도 없어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생각이겠죠.

이러한 변명을 뒤집어보면 지난 올림픽때 각 방송사들은 엄청나게 많은 광고수익을 올렸다는 얘기입니다. 그때 정말 파격적인 방송 편성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장애인올림픽 중계를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지난 올림픽때 많은 광고 수익을 얻었으니 장애인올림픽때 광고수익이 적더라도 생중계를 하는 것이 공익적인 차원에서 맞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시청률에 대한 전망도 재고가 필요합니다. 생중계를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판단은 어쩜 그렇게 단호한가요? 장애인스포츠는 직접 관람해본 사람은 압니다. 장애인스포츠가 얼마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지. 우리나라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과 겨뤄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생방송된다면 국민들은 틀림없이 큰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방송은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장애인선수들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인물들입니다. 그들의 인생역전까지 파고든다면 올림픽 메달리스트 이상의 감동 스토리들이 국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것입니다.

방송은 얼짱 스타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장애인올림픽 선수단 중에도 문대성 IOC선수위원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미녀 사수 김임연도 있고, 최근 주목받는 수영선수 김지은도 있습니다. 지난 아테네때 스타성을 입증받은 육상의 홍석만도 있습니다.

스포츠는 생중계가 생명입니다. 생중계 없는 스포츠는 매력이 빵점입니다. 지난 올림픽때 'live'라는 글자가 없으면 바로 채널을 돌리지 않았습니까? 생중계가 없는 장애인올림픽이 국민들에게 주목받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물꼬만 트이면 충분히 장애인스포츠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국내 방송사 중에서 제13회 베이징장애인올림픽 생중계를 계획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개막식이 열리는 6일 오후 9시는 기존 정규방송이 편성되어 있다. KBS가 자정을 넘겨 녹화중계를 계획하고 있다. ⓒ네이

정부에서는 장애인 인식개선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만약 TV를 통해서 우리 장애인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고, 은메달도 따고, 동메달도 따고, 메달을 못따더라도 혼신의 스포츠 정신을 발휘하는 모습이 소개가 된다면 그것만큼 효과적인 장애인 인식개선 정책이 없을 것입니다.

각 방송사들이 스스로 생중계에 나서지 않는다면 정부가 개입해야할 것입니다. 메달리스트 연금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방송사들이 생중계를 외면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치권도 나서야합니다. 몇몇 국회의원들이 현지에 방문해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것만이 장애인올림픽에서 국회의원이 해야할 역할이 아닙니다. 장애인올림픽이 생중계될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서서 제도적 보완책을 찾는 역할도 해야할 것입니다.

지난 아테테장애인올림픽때 비용문제 때문에 직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짐짝처럼 들려서' 아테네로 갔다는 언론의 보도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같은 국가대표인데 비장애 선수들은 직항을 타고 가고, 장애인 선수들은 예산 지원이 제대로 안돼서 수시간을 경유하면서 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바로 차별의 문제입니다. 올해 4월 1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우하면 차별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송사가 장애인올림픽 생중계를 외면하는 것이 바로 제한·배제·분리·거부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지난 2005년 장애인스포츠 주무부처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되면서 장애인스포츠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는 꼭 해결해야할 과제였고, 그 결과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장애인올림픽 생중계도 언젠가는 꼭 풀고 넘어가야할 과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네이버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시도하는 인터넷 생중계는 주목할 만한 사건입니다. 국내에서 최고 영향력을 가진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특집 페이지를 편성하고, 우리 선수들의 전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한 것은 장애인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일입니다. 이를 위해 재정 문제를 해결한 장애인체육회도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이번 시도는 꼭 성공을 거둬야할 것입니다. 인터넷생중계가 성공을 거둔다면 방송사들도 관심을 가지겠죠. 네티즌들에게 기대를 겁니다. 우리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는 동영상에 많은 클릭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BBC 홈페이지(http://www.bbc.co.uk/programmes)에 들어가봤습니다. 오늘 개막식을 생중계한다는 일정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Live coverage'라는 어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군요. BBC는 하루 6시간 이상씩 생방송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NBC는 어떨까요? 역시 홈페이지를 찾았더니 NBC의 경우 공중파에서 장애인올림픽 생방송 스케쥴이 없었지만 스포츠채널인 유니버설스포츠(http://www.universalsports.com)를 통해서 생방송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공중파 방송사들도 각각 스포츠채널이 있지 않았나요?

이렇듯 세계 유수의 방송사들은 당연히 장애인올림픽 생중계를 하고 있는데, 우리 방송사들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식이 바뀌어야할 것입니다. BBC와 NBC도 시청률과 광고수익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시청률과 광고수익에 앞서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들의 시청권입니다. 두 방송사가 시청권 보장 차원에서 생중계를 편성한 것인지, 시청률과 광고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생중계를 편성한 것인지 현재 상황에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우리 방송사들도 생중계를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식만 바꾼다면 말입니다. 생중계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잠시 장애인언론들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에이블뉴스를 비롯해 장애인복지신문, 장애인신문, 함께걸음은 이번 베이징장애인올림픽을 취재하기 위해서 공동취재단을 꾸렸습니다. 본지 맹혜령 기자가 현지에서 뛰고 있는 중입니다. 공동취재단의 활약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미국 NBC방송사의 스포츠채널 유니버설스포츠의 베이징장애인올림픽 생중계 프로그램. ⓒUniversalsports

[응원합시다]베이징장애인올림픽 선수단에게 기운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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