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된 장애인차별예방 모니터링단 발대식에서 단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살아가는데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만드는 원인 중 하나는 장애인에 대한 물리적(시설 접근)·심리적(서비스 이용 등) 차별이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생활 속 물리적·심리적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2018 장애인차별예방 모니터링단을 구성하고 1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서울·경기지역 발대식을 개최했다.

서울·경기지역 모니터링단의 절반 이상(59%, 19명)은 지체·뇌병변·시각·청각 등 장애인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6월 중순부터 10월까지 4개월 간 고속도로 휴게소(서울·강원), 운동경기장 관람시설(서울) 같은 시설물을 대상으로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장애인차별예방 모니터링 단원 중 장애인당사자 단원들의 활동 각오를 들어봤다.

장애인차별예방 모니터링단원 김상식씨가 활동각오를 말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에이블뉴스

“세심하게 점검해 장애인에게 불편한 부분 찾아내 겁니다.”

뇌병변·언어 장애를 가진 김삼식(뇌병변1급·37세·서울 은평구)씨는 인권위 모니터링단 단원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 때마침 공고가 난 것을 보고 참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글 자음과 모음으로 만들어진 의사소통보조기기(AAC)를 통해 본인의 활동 각오와 무엇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인지 설명했다. 입에 문 AAC로 자음과 모음을 가리켜 단어를 조합하고 문장을 만들어 본인의 생각을 전달했다.

“이번에 주제가 고속도로 휴게소, 운동경기장 관람시설입니다. 휠체어를 이용해 이동하는데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모니터링 활동을 하면서 휠체어 이동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개선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반면 장애특성 상 모니터링 활동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다 보니 모니터링 현장인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접근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것.

현재 한국에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가 단 한 대도 없다. 이 때문에 김씨는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어떻게 이동할지 방법을 생각하는 중이라고.

김씨는 “모니터링 활동은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활동입니다. 그런 만큼 더욱 세심하게 보고 점검해 불편한 부분을 찾아내는 모니터링 활동을 할 겁니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조현대 장애인차별예방 모니터링단원이 활동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6~7년차 베테랑 단원 ‘초심’ 돌아가 모니터링 활동

조현대(시각장애1급·51세·서울 영등포구)씨는 인권위 장애인차별예방 모니터링단원 활동만 6~7년째인 베테랑 단원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불편함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매년 모니터링 단원에 지원·활동하고 있다.

조씨는 이미 이번 모니터링단 활동주제 중 하나인 ‘운동시설물’이 가진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운동시설물을 이용을 하기 위해서는 안내인력이 필요하지만 지원 자체가 없다는 것.

“운동경기장은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합니다. 운동장이 넓다 보니 이용을 위해서는 안내가 필요한데 이런 인적자원 지원이 없죠.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영화관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를 하는 것과 대조됩니다. 점자가 제공되는 음료자판기 역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씨는 수년간 활동을 하면서 느낀점과 개선점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모니터링에서 나온 지적을 시설 관계자들이 잘 이행할 것처럼 말해놓고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아 아쉽고, 특히 모니터링 활동기간이 여름에 집중돼 단원이 활동하기 어려운 만큼 2월에 모집하고 4~5월인 봄에 하면 좋겠다는 것.

“모니터링 활동에 대한 결과가 수치로 만들어져 발표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실제로 체감되는 것은 20~30% 수준 밖에 안 됩니다. 단원 모집도 보통 3월에 모집하죠. 올해는 모집이 늦어져 한창 더울 때 활동을 해야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고질적인 부분이어서 개선돼야 합니다.”.

조씨는 수년 간의 활동경험을 살려 주제별 대상을 모니터링 활동을 하겠다는 각오다.

“최초 모니터링 단원으로 활동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소와 운동시설물을 만들 겁니다.”

주정수씨가 장애인차별예방 모니터링단원 활동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인권강사 전문성 발휘해 활동할게요!”

올해 처음으로 장애인차별예방 모니터링단원으로 활동하는 주정수(지체2급·67세·서울 노원구)씨는 평소 장애인화장실 등 시설물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활용해 인권교육을 하는 강사다.

주씨는 비장애인이 대부분인 회사에서 근속 하면서 ‘생존’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장애인당사자임에도 장애인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 하지만 정년퇴임을 하고 장애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고 현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장애인권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인 화장실에 관심이 많습니다. 화장실을 살펴보면 형식적으로 만든 게 많습니다. 화장실 용변기 주변에는 당사자가 지지해 일어날 수 있도록 봉이 설치돼 있는데 이게 허술한 경우가 있습니다. 점검을 하면서 어떤게 당사자에게 정말로 편한지 알게 됐습니다.”

그간 체득한 경험을 통해 이번 모니터링 단원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겠다는 게 주씨의 설명이다.

주씨는 “흉내만 내서 장애인을 화장실을 만들어 놓는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튼튼하고 편리해서 장애인이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하죠. 장애인권강사를 하면서 얻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물을 내놓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인권위는 장애인차별예방 모니터링 단원들의 현장점검 결과를 정리해 피모니터링 대상기관, 관리·감독기관 등에 송부하고 개선요구에 대한 이행계획을 받을 계획이다. 중대한 사안의 경우 직권조사를 하고, 정책·법령 등의 중장기 개선이 필요한 사안은 정책과제나 실태조사 과제로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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