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17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지적장애인의 인신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입원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인권침해 등의 문제점을 고발했다.ⓒ에이블뉴스

상속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으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당한 지적장애인이 아무런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서 4년 2개월 동안 감금당하고 있어 법원에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해달라는 호소가 울려퍼졌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가 17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지적장애인의 인신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입원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인권침해 등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17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지적장애인의 인신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입원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인권침해 등의 문제점을 고발했다.ⓒ에이블뉴스

연구소에 따르면, 50대 지적장애인 남성 이 모 씨는 어머니 사후 상속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 끝에 현재 경남 사천에 있는 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 씨는 정신병원 입원치료가 필요 없는 지적장애와 뇌전증장애 등 복합장애가 있는 사람이지만, 그의 누나들은 오직 재산을 빼앗기 위한 목적으로 강제입원을 동원해 당사자 삶을 철저히 파괴했다. 유일한 아군이었던 아내와의 관계를 파탄시키고, 이 씨를 도와줄 사람이 없게 되자 거제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버린 것.

이 씨는 운 좋게 장애인협회장의 도움으로 퇴원했지만, 강제입원 트라우마와 가족 간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해행위를 하자,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해 다시 한번 강제입원을 시켰다. 결국 이 씨는 2곳의 정신병원에 총 4년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감금된 상태다.

이 씨는 그 안에서 수없이 퇴원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한 차례도 퇴원 신청조차 접수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정당한 사유 없이 격리와 강박 남용 및 통신과 면회의 자유도 제한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임봉준 변호사.ⓒ에이블뉴스

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임봉준 변호사는 “당사자가 강제입원 되기 위한 필요요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이력과 자해했다는 이유로 강제입원을 시키게 된 것”이라면서 “자해한 이유도 강제입원의 트라우마지, 정신질환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타해 위험성 또한 누나들의 일방적인 주장뿐 입원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연구소의 도움으로 지난 6월 처음으로 퇴원심사 청구를 했지만, 외상성 뇌손상을 가진 그는 혼자 퇴원심사를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제도상 절차에 대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면심사가 아닌 형식적인 서류심사만으로 퇴원 여부를 판단하고, 입원 병원 의사의 소견이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퇴원심사 끝에 심사가 기각되어 아직도 구제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연구소는 전했다.

이에 연구소는 법원에 인신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며, 무분별한 강제입원의 문제점과 해당 병원에서 자행된 인권침해를 고발했다. 퇴원심사 절차에 대한 조력권과 심사 결과에 대한 불복절차가 보장되고 있지 않은 현행 입원제도의 개선도 요구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인영 변호사(사진 왼쪽)와 서울시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오른쪽).ⓒ에이블뉴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인영 변호사는 “현재 강제입원은 정신의학과 전문의 진단만 의존하게 돼 당사자의 장애나 주변 환경, 개인의 역사를 고려할 수 없어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할 대면심사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청구인 이 씨 또한 경한 지적장애로 인지, 수행능력에 문제없으며 자립 생활 의지 또한 강했지만,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대면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제입원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강제입원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약자들을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 넣으며, 더 이상 보이지 않으니 해결된 것이라 착각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번 인신 구제를 통해 불합리한 현실이 가시화되고 청구인이 원하는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기회가 다시 주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도 “정신장애인을 ‘이상한 사람, 위험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그대로 법과 정책에 반영돼 있다. 그런 인식을 무기 삼아 정신질환자 낙인을 찍고 병원, 시설로 안 보이게 치워버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라면서 “현재 장애인거주시설 입소인의 2배가 넘는 7만명이 정신병원과 시설에 있지만, 이들에게 탈시설은 낯설고 요원하다”고 정신장애인의 현실을 짚었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김재완 활동가는 “이번 사례는 희귀한 사례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요양원이나 정신병원을 보면 10년 넘게 입원된 당사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면서 “정신장애인도 사람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사회의 입원치료 전반을 돌아보고, 당사자들의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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