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라도 안마업권을 사수하고자 하는 시각장애인들의 결의가 담긴 깃발. ⓒ에이블뉴스

“특수학교인 맹학교에서 안마를 배우는 어린 시각장애 학생들이 열심히 안마를 배우며 캄캄한 세상 속에서 한 줄기 빛을 향해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희망의 불씨를 끄지 마시고 환히 밝혀 주세요.”

전국 13개 맹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14일 오전 11시부터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주민자치센터 건너편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헌법재판소가 안마사 취득 자격은 시각장애인 독점은 합헌이라고 판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전국에서 모여든 전국맹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다른 것 욕심 부리지 않고 단지 유일한 생계 수단인 안마만은 지켜달라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우리들이다. 그러나 그 처절한 몸부림마저도 철저하게 무시한 채 안마업권 위헌 소송이라니…. 그 암담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생계 수단보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더 중요시되는 이렇게도 아름다운 민주주의가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두렵다”며 “스포츠 마사지사들에게는 안마업권이 선택이지만 우리에게는 생존”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왜 단 하나의 직종을 두고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살기 좋은 민주 나라, 사람의 정을 느끼며 사는 살맛나는 나라, 장애인과 약자들도 웃을 수 있는 나라, 누구든지 이 땅에 살면 행복해지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장애인단체, 맹학교 동문 등이 참석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격려했다. 먼저 대한안마사협회 송근수 회장은 “안마사 제도는 사회가 준비해야 할 안전장치이나 저들은 또 다시 헌법소헌을 재계한 현 시점에서 시각장애인의 미래를 보장하고 재활과 자립의 근간인 안마업에 대한 확실한 정부의 입장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시각장애인의 안마업은 이 자리에 모인 우리의 함성과 굳은 의지로 지켜질 것”이라며 “시각장애인 안마업이 반석위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힘차게 투쟁하자”고 당부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권인희 회장은 “직업 선택의 자유 속에서 시각장애인은 직업적 장애를 가질 수밖에 없어 손으로 하는 안마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시각장애인에게 안마는 직업이 아닌 삶 자체이자 생존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권 회장은 “시각장애인 안마업은 의료법이 개정된 지 2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도마위에 올랐으나 굳은 의지와 희망의 끈이 있다면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후배들에게 안마업을 물려주어야 할 소명이 있다. 프로정신을 가지고 안마업을 지키자”고 독려했다.

서울맹학교 이병돈 총동문회장은 “수업을 받아야 할 학생들이 언제까지 길거리에서 투쟁을 해야 하는지 안타깝다. 그러나 우리의 유일한 직업을 학교에서부터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의 함성과 의지로 인해 반드시 시각장애인 안마업이 합헌 판결이 내려질 것을 믿어 의심하지 말자”고 외쳤다.

대구맹학교 이창우 총동문회장은 “합헌이라는 대명제를 이루기 위해 불편하지만 이렇게 길거리에 앉아 있다. 시각장애인의 안마업을 확실히 지켜 후배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대명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자”고 격려했다.

전국맹학교 학생회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업권 합헌을 촉구하는 성명서와 헌법재판소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특히 서울맹학교 학생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보냈고, 전국맹학교 학부모회는 국민들을 향해 호소문을 발표했다.

'헌법재판소 소원의 합헌만이 맹인의 살 길'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몸에 맨 결의대회 참가자. ⓒ에이블뉴스

결의대회에 참가한 시각장애인들이 헌법재판소의 합헌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하철의 걸인보다 직업인이 되고 싶다'는 요구가 적힌 피켓.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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