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침 드라마 “사랑이 오네요” 는 잡초 같은 여자와 공주 같은 여자가 우연히 만나서 친구가 된다. 그러다가 잡초 같은 여자에게 사랑이 오면서 두 여자의 운명은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뒤죽박죽이 된다.

‘사랑이 오네요’ ⓒSBS

SBS “사랑이 오네요” 기획의도는 ‘과거는 지우고 잊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극복되어야 하는 것임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사랑이 오네요”는 120부작 예정인 것 같은데 이제 절반을 넘어 섰으니 작가나 연출가는 이 엉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 나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필자가 “사랑이 오네요”를 잡고 있는 것은 이곳에 나오는 장애인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 싶어서다.

“사랑이 오네요”에는 다자이너 이은희(김지영 분)와 하라 웨딩 사장인 그녀의 남자 친구 나민수(고세원 분), 그리고 파파제과 경영본부장인 나선영(이민영 분)과 그녀의 남편 김상호(이훈 분)가 나온다.

이은희가 나민수와 결혼을 약속하고 그의 누나를 만나러 나가보니 그의 누나가 나선영이었다. 나선영은 이은희가 알고 지내던 드럼 친구인데 그녀의 남편이 김상호였던 것이다. 김상호는 오래전 이은희 집에서 하숙을 하던 금방석이었다. 금방석은 이은희를 임신 시키고도 나 몰라라 미국으로 달아난 후 이은희는 혼자 그의 딸을 낳았다.

휠체어를 처음 사용하는 느낌. ⓒSBS

그럼에도 나민수는 이은희와 결혼을 하겠다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는 사업차 이은희를 옆에 태우고 부산 출장을 가는 길에 중앙선을 넘어 오는 덤프트럭을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 이은희는 경상이고 나민수는 중태로 의식불명이 된다.

어쩔 수 없는 교통사고로 고통을 당하는 장애인이 얼마나 많은데 드라마에서까지 걸핏하면 교통사고를 낼까. 그런데 중앙선을 넘어 나민수를 중태에 빠뜨린 덤프터럭이 무적차량이라 찾기도 힘들 거란다. 그렇다면 교통사고도 이은희와 나민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김상호의 음모는 아닐는지.

아무튼 이은희는 나민수 가족들의 오해와 질시를 무릅쓰고 지극정성 보살펴 중태에 빠졌던 나민수는 의식을 회복한다. 그러자 이은희는 휠체어를 가져와서 나민수를 앉게 했다. 처음 휠체어 앉아보는 느낌은 어떨까.

“시야가 엄청 낮아 진 것 같네요. 자신감이 좀 없어지면서 좀 겸손해 지는 것 같기도 하고…….”

“시야에 장애물이 좀 많아진 거라 생각하세요.”

이은희의 말에 나민수는 바로 그거라고 했지만 병실 안에서 보는 장애물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사람. ⓒSBS

처음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가보면 세상은 달라 보일 것이다. 낮은 곳에서 올려다보는 높은 세상이니 느낌이 다를 수도 있다. 물론 시야에 장애물이 많아지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는 물리적인 장애물이 첩첩산중이다. 울퉁불퉁한 도로와 경사진 길, 높은 턱, 계단과 문까지 많은 것들이 장애물로 돌변한다. 요즘은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가 많이 보급되어 예전보다 어떤 부분에서는 장애를 덜 느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도처에 장애물이다.

그런데 휠체어에 앉은 나민수는 ‘무조건 퀵’이이라며, 이은희는 나민수가 앉아 있는 휠체어를 밀고 달렸다. 나민수는 이제 막 중태에서 깨어난 환자인데 그런 환자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달리다니……. 물론 앞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는 병원 둘레였고 수동휠체어다.

그러나 휠체어는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보장구가 아니다. 물론 휠체어에 앉아 농구를 하거나 육상경기 등을 펼치는 장애인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장애가 고착되고 달리는 것이 훈련된 운동선수들이다.

이제 막 중태에서 깨어난 환자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달리다니. 정말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그런데도 나민수의 누나 나선영은 이은희와 나민수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이라도 하는 듯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민수가 퇴원을 하고 이은희가 나민수의 휠체어를 밀고 나왔다. 나민수의 비서(?)가 휠체어에 앉은 나민수를 업고 병원 앞에 대기한 봉고 차에 태웠다. 그런 후에 차의 뒷문을 열고 휠체어를 실었다.

목발을 사용하는 나민수. ⓒSBS

요즘 장애인 콜택시에는 리프트를 이용해서 휠체어에 앉은 채로 차를 탄다. 그러나 장애인 콜택시는 1~2급 중증장애인만 이용을 할 수 있기에 나민수처럼 휠체어에 앉아서 퇴원하는 환자들은 자격이 안 되어 보호자들이 업거나 안아서 차에 태운다. 그리고 119나 응급구조단 차량도 전부 누워서 타는 침대용이라 휠체어에 앉은 환자가 휠체어에 앉은 채로 탈 수는 없다.

지체장애 1급 A씨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환자들에게도 임시장애인증을 발급하여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라며 조심스레 물었다. A씨는 척수장애인인데 입원기간이 길어서 입원해 있는 동안 장애등급을 받았기에 퇴원 할 때도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체장애 2급 B씨는 “현재 장애인콜택시가 포화상태인데 임시장애인증까지 발급한다면 등록 장애인들이 반발할 것 같다.”며 그런 문제는 병원에서 조치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나민수는 목발 -요즘은 나무목발은 생산되지 않으므로- 알루미늄 목발을 짚고 나온다. “사랑이 오네요”에 잠깐이라도 장애인과 관련된 장면이 등장했을 때 장애인의 정확한 현실, 긍정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면 좋을 텐데…….

그리고 나민수의 목발이 턱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목발 장애인에게는 작은 턱도 장애라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라도 하나 있었으면…….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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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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