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장모’는 극본 김인강, 연출 이정훈의 2019년 5월 20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SBS 아침드라마이다.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은석과 제니. 어디 내놔도 흠잡을 데 없는 대한민국 일등 사윗감인 은석을 결사 항전으로 막아서는 수상한 장모. 결혼 후 장모가 되어서까지도 사위에 대한 미움은 계속된다는 게 기획의도이다.

수상한 장모. ⓒSBS

수상한 장모 왕수진(김혜선 분)은 흑장미라 불리던 소매치기였다. 어느 날 형사들에게 쫓기던 중 언니 최송아(안연홍 분)와 같이 있던 최경아(신다은 분)를 납치해서 제니 한이라는 이름의 딸로 키웠다. 제니 한이 어렸을 때는 소매치기를 시켰으나, 제니가 성년이 되면서 디자이너로 두각을 나타내자 일본으로 건너가 최면술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웠다.

미국인 호텔 사업가 안만수(손우혁 분)는 10여 년 전부터 왕수진(김혜선 분) 곁에서 사위를 자처하며 왕수진과 제니를 돌보았다. 그러나 제니(신다은 분)는 안만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오은석(박진우 분)에게 반했다.

오은석도 제니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러자 제니는 은석을 자신의 패션쇼에 초대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수진은 패션쇼 말미에 괴한을 등장 시켜 제니에게 상처를 입힌 후 제니를 오은석에게서 떼 놓았다.

하는 수 없이 오은석은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제니는 엄마 왕수진이 자신은 마음에도 없는 안마수와 찰떡궁합으로 지내면서 자기에게는 뭔가 자꾸 숨기는 것 같아서 아무도 몰래 집을 나갔다.

왕수진은 귀빈들과의 약속도 저버린 채 제니가 집을 나가는 바람에 노심초사했으나, 안만수가 당분간은 제니를 그대로 놔두라고 왕수진을 달래었다.

안만수는 아무도 몰래 제니를 찾아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제니는 서울에서 방을 하나 구해서 옷을 만들고 있었다.

어느 날 제니는 동대문 시장에서 옷감을 하나 골랐는데 그 옷감을 같이 고른 사람이 최송아(안연홍 분)였다. 둘은 서로에게 양보를 하다가 제니가 최송아를 위한 옷을 만들기로 하고 옷이 완성되면 최송아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제니와 지화자의 첫 만남. ⓒSBS

그 일을 계기로 제니는 최송아 집으로 들어오고 그 집에는 어릴 때 잃어버린 딸 최경아를 못 잊어 애태우는 엄마 지화자(윤복인 분)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지화자는 제니를 딸처럼 어여뻐 했다. 최송아는 오은석(박진우 분)의 선배이자 이혼 한 전 제수였다. 덕분에 제니와 오은석은 못다 이룬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

최송아는 제이 그룹에 디자이너로 취직을 했는데 첫눈에 반한 제이 그룹의 외손자 김영만(황명환 분)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을 했고 딸 하나를 낳았다. 어린 딸을 김영만이 우겨서 외국 유학을 보냈다가 딸이 죽자 김영만은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고 최송아는 이혼했다. 최송아는 이혼 위자료 대신 예전에 제이 그룹 회장 오다진(고인범 분)이 살던 집을 요구했던 것이다.

제니를 찾아 헤매던 왕수진은 제니가 서울에 있다는 것을 알고 안만수와 같이 서울로 왔다. 안만수는 호텔 사업가로 서울에도 그의 호텔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제니가 오은석은 물론이고 최송아 지화자와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왕수진은 제니를 오은석은 물론이고 최송아 지화자와 떨어뜨려 놓으려고 했으나 자꾸만 오은석이 거슬렸다. 그래서 오은석이 가져온 증거를 전부 다 거짓말이라며 제니를 몽유병으로 몰아갔다. 제니는 헷갈렸다. 엄마 왕수진의 얘기와 오은석의 얘기가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왕수진은 자신에게 순종적이던 제니가 돌변한 태도를 보이자 오은석을 탓하며 분노했다. 왕수진은 제니의 약혼자인 안만수를 찾아가 오은석을 험담하기 시작했다. 오은석이 제니한테 자신을 모함했다는 것이다.

왕수진 : “난 자네가 제니에게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 결혼만 할 수 있다면 바보 병신을 만들어도 좋다. 제니가 행여 오은석 같은 놈에게 가서 나를 등지고 사는 것보다 낫겠다는 말이다. 절대로 오은석에게 우리 제니 뺏기면 안 된다.”

“병신”이라고 표현한 ‘수상한 장모’. ⓒ네이버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서울 이룸센터 이룸 홀에서 혐오 현상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혐오표현 진단과 대안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혐오표현을 접했으며, 그 대상으로 장애인이 58.2%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언론과 정치인이 혐오표현을 조장한다고 평가, 모든 미디어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 및 포털사이트에서의 벌점 부과, 정부의 종합대책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모아졌다. (에이블뉴스, : 2019-08-27)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언론과 정치인이 장애인에 대해 58.2%가 혐오 표현을 조장한다고 했는데

장애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된 것은 1981년이다. 그 이전에도 장애인을 지칭하는 용어는 많이 있었는데 시각장애인을 지칭하는 "장님" "봉사" "소경", 지체장애인을 "불구자" "곱추" "절름발이" "찐따" "앉은뱅이" 등으로 불렀고, 언어·청각장애인을 "귀머거리" "벙어리" 그리고 지적장애인을 "백치" "머저리" 등으로 표현했다.

장애인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는 이런 표현은 혐오표현 내지 비하표현이므로 사용을 자제할 것을 제언하였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으므로 그동안 장애인 관련 혐오표현 내지 비하표현은 많이 줄어들었으나 일부에서는 현재까지도 사용하고 있다.

비장애인이 서너 명만 있어도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 “병신”이다. “병신(病身)”이란 글자 그대로 몸에 병이 있다는 말인데, 중고등학생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성인들이 입에 달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병신”은 단지 상대를 얕잡아 이르는 말에 불과하다.

얼마 전 모 정치인이 “벙어리”라는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표현을 사용한데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변은 없는 것 같다.

‘수상한 장모’는 드라마지만 왕수진이 “바보 병신을 만들어도 좋다.”는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했다, 필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잘 못 들었나 싶어서 그 방영분을 다시 돌려 보고 인터넷 뉴스도 검색해 보았더니 뉴스에서조차 그 말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안만수의 차 교통사고로 전복 직전. ⓒSBS

‘수상한 장모’에서 왕수진(김혜선 분)은 제니(신다은 분)가 관심도 없음에도 안만수(손우혁 분)을 우리 사위라며 죽고 못 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안만수가 제니를 지화자(윤복인 분) 집에 데려다주는가 하면, 왕수진은 흑장미 관련으로 돈이 많이 필요했는데 이제 더 이상 돈을 못 주겠다고 하고, 현재 살고 있는 안만수 아파트도 제니와 공동명의로 하겠다는 등 안만수가 왕수진에게 반기를 들고 있었다.

그러자 왕수진은 안만수에게 이를 갈면서 흑장미 시절부터 자신의 뒤를 봐 주던 전직 형사 오라버니를 만나 안만수를 죽여 달라고 살인을 청부했다.

장애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살아가면서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불가항력으로 입게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때로는 일부러 악행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이 있다. 그들은 고의로 사람들을 죽이거나 장애인을 만들기도 한다.

‘수상한 장모’는 온 국민이 다 보는 아침드라마이다. 아침드라마에서 일부러 사람을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죽이려하다니……. 다행히 안만수는 죽지 않았고 스위스에서 치료 중이며 제니와 파혼하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

제니가 안만수와 파혼했으니 이제는 오은석과 다시 만날 수가 있었다. 그동안 왕수진은 안만수와 결혼하지 않으면 오은석를 감옥에 보내겠다며 구속시켰었다. 제니는 오은석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안만수와 결혼을 약속했던 것이다. 왕수진이 오은석을 그렇게 싫어함에도 제니가 이제는 엄마 허락 없이 오은석과 결혼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럼에도 오은석은 어떻게든 장모 왕수진의 허락을 받으려고 제니의 집을 드나들었다.

안만수 사고 이후 왕수진의 오라버니는 왕수진도 교통사고로 죽이려고 했으나 실패하여 왕수진은 퇴원 후 물리치료를 받고 있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오은석이 모시러 왔으나 왕수진은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벙어리인 줄 아냐?”며 오은석에게 오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왕수진은 콜택시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오은석의 차를 탔고,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이 하필 지화자가 운영하는 고기 집이었다. 오은석이 지화자를 보고는 모르고 들어왔다고 했으나 왕수진은 제니와 오은석 그리고 지화자가 짜고 자기에게 사기를 쳤다고 화를 내며 “누굴 반병신으로 아냐?”며 상을 쓸어버리고 나갔다.

상을 쓸어버리는 왕수진. ⓒSBS

드라마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번 지나가면 그만이다. ‘수상한 장모’에서도 “병신” 이나 “벙어리”가 대수롭지 않게 사용된 것 같다. 따라서 장애인 단체에서도 그냥 지나친 모양이다.

언론이나 정치인 등이 혐오표현이나 장애인 비하나 차별표현을 사용하였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이 사과를 하는데 “그런 뜻은 전혀 없었고 무심코 사용했노라”고 항변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무심코 라고 변명을 하는데 그렇다면 ‘무심코’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평소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애인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의식이 깊게 심어져 있었기에 본의 아니게, 그리고 무심코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무심코’가 바로 그 사람의 의식의 저변에 깔려 있는 본심이기 때문이다. 이미 심중에 있었기에 무심코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심중에 그런 의식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런 말이 우발적으로 나올 수가 있었겠는가 말이다.

가끔 드라마에서는 불가항력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수상한 장모’에서 왕수진은 고의로 안만수를 죽이려고 했으나 계획이 실패하여 안만수는 장애인이 되었다. 왕수진은 안만수에게 오은석을 “병신”을 만들어도 좋다고 하더니, 안만수를 “장애인”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안만수가 제니를 지화자와 만나게 하고, 지화자가 최경아와 헤어지던 날의 신문 스크랩을 가져다주는 것은 제니가 바로 지화자가 잃어버린 딸 최경아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다 알고 있는 안만수는 왕수진의 아들이었다.

안만수의 아버지와 왕수진이 어떻게 만났는지는 잘 모른다. 왕수진은 아이를 낳자마다 갖다 버렸는데 안만수의 아버지가 그 아이를 몰래 데려와 키웠다. 그러나 안만수가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는 흑장미 패거리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어린 아들에게 엄마를 잊지 말라고 당부 했다.

교통사고로 다친 안만수는 스위스에서 치료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스위스에는 안만수를 입양한 양할아버지가 계셨다. 안만수는 왕수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비밀리에 이경인(고다연 분) 기자와 함께 제니의 일대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최송아는 제이 그룹 오다진(고인범 분) 회장의 수행비서 이동주와 재혼을 했는데 이경인은 이동주의 동생이다.

휠체어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 안만수. ⓒSBS

‘이제는 애원해도 소용없겠지 변해버린 당신이기에

내 곁에 있어 달라 말도 못하고 떠나야 할 이 마음

추억 같은 불빛들이 흐느껴 우는 이 밤에

상처만 남겨두고 떠나갈 길을 무엇 하러 왔던가

자꾸만 바라보면 미워지겠지 믿어왔던 당신이기에

쏟아져 흐른 눈물 가슴에 안고 돌아서는 이발길

사랑했던 기억들이 갈 길을 막아서지만

추억이 아름답게 남아있을 때 미련 없이 가야지’

이 노래는 강승모가 불렀던 ‘무정블루스’이다. 안만수는 ‘무정블루스’가 평소 아버지가 즐겨 부르던 노래라며 휠체어에 앉아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가사가 안만수의 신세 같았는데 안만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지 슬픈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안만수는 교통사고 후 얼마 전 SBS 드라마 ‘의사요한’에서 나온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이 있는지, 시도 때도 없이 통증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왕수진은 핏덩이 아들을 버렸고, 남편을 죽였고, 아들을 죽이려다 실패하여 장애까지 입혔다. 물론 안만수가 아들인지도 모르지만, 고의로 사람을 죽이고 장애까지 만드는 악덕 파렴치한 범죄자를 아침방송에 내보내다니, 정말 누가 볼까 겁난다. 더구나 아침 드라마는 주부 시청자가 많다고 하는데, 아침 드라마 소재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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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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