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최 토론회에서 나사렛대학교 우주형 교수가 국가장애위원회 설립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유령기구’로 불리는 현재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이하 정책조정위)를 대체하는 대통령 직속기관 상설기구 국가장애위원회 설립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장애계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현재 정책조정위의 한계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을 표했지만, 대통령 직속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1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국가장애인위원회 설립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 각 장애계 의견을 수렴했다.

한국장총은 지난 대선에서 ‘장애인복지법’을 대신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각 정당 및 대선 후보에게 요구한 바 있다. 그 주요 내용에는 대통령산하 장애인위원회 상설화가 담겨있다.

즉, 현행 정책조정위를 ‘장애인위원회’로 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하고, 상설화를 통한 장애인과 정부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창구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무총리 산하 정책조정위는 1년에 몇 차례 정도의 회의를 개최하고 있지만 정책 간 연계를 이끌어 낼 정도의 제도적 장치가 되지 못 하며, 회의체기구의 한계성으로 상시적인 조정 및 감독·평가 기능에 미치지 못 한다.

이에 나사렛대학교 우주형 교수는 장애인정책의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가장애위원회’ 설립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명칭은 ‘국가장애인위원회’의 경우 장애인들만으로 구성된 것 같은 오해가 있어 ‘국가장애위원회’로 칭했음을 덧붙여 설명했다.

국가장애위원회는 대통령 소속하에 위원장 1인과 상임위원 2인 및 11인 이내의 비상임위원으로 하며, 상임위원 중 1인 및 비상임위원 중 과반수는 장애인으로 한다. 이들은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수립 및 시행에 관한 사항, 제도개서, 예산지원 등을 논의하며 사무처를 두도록 했다.

우 교수는 “장애인복지정책은 다양한 장애 범주로 인해 욕구에 대응하는 정책의 종류가 다양하다. 생애주기별로 걸쳐있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정책 간 연계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유엔 에스캅의 권고를 참작해 장애인정책기구의 위상이 실제적이고 상설적인 조정기구가 되도록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 교수는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개선의 초점은 조직적 측면과 함께 기능과 역할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여러 중앙부처에 걸쳐 확대되어 있는 장애인정책기능을 통합·조정하는 상설기구로서의 조직이 요구된다”며 “한곳에서 다양한 업무를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원스톱 행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국가장애인위원회 설립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 각 장애계 의견을 수렴했다.ⓒ에이블뉴스

반면, 이날 토론자들은 현재 정책조정위의 한계점에 대해서는 동감하면서도, 대통령 직속으로의 국가장애위원회 설립이 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표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은종군 사무국장은 "정책조정위는 최초 시작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한 적이 없다. 지난해 열린 정책조정위는 해를 넘겨 올해 초에 열렸지만 총리는 인사말만 하고 사라졌고 당연직 위원인 장관들은 대리 참석으로 대신했다"며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 점검하고 확대 발전시켜야 하지만 논의 안건에 계획에 대한 평가 보고는 없었다.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계는 오래전부터 상설화된 기구로 위원회의 재편을 요구했지만 위원회 형식이 대통령 산하든 국무총리 산하든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며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2011년에 대통령직속 행정위원회로 개편돼 상설화됐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서 업무가 이관되면서 폐지됐다. 대통령 직속에 초점보다는 독립된 상설 사무국 설치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김영근 기획정책국장은 "현행 정책조정위의 한계성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지만 상설기구냐, 비상설기구냐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애매한 위치나 위상을 가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집행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부처 간 눈치만 보며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 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정책실장은 "국가장애위원회 하면 딱 떠오르는 모델이 인권위다. 그런데 인권위는 집행 권한이 없이 업무 조정, 권고 내용 정도만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한계다. 그것이 과연 장애인들의 삶에 어떻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보훈처와 인권위 두 개의 역할을 복합한 국가장애인처를 신설, 건강권, 활동지원, 소득보장 등을 주요 사업으로 국가부처로서 집행력이 담보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신여자대학교 이승기 교수는 "현재 정책조정위는 1년에 1번 정도 국무총리 산하 관계부처 장관들이 모여 심의를 하는데 안건을 상정하고 통과하는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사실상 회의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안건 또한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에서 관련한 현안을 취합해 부처에 의견을 받아 상정하는 방식이다. 어떤 의지와 비전이 없는 그저 짜깁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현 제도를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중앙부처를 통괄하는 기구는 필요하다. 현재 정책조정위원회는 결정기능이 거의 없고 통과하는 정도"라며 "위원회를 만든다고 하면 뭔가를 결정할 수 있는 위원회가 돼야 한다. 결정과 실행을 할 수 있는 행정위원회적 성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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