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오전 11시 20분 부산지방법원 제7형사부(453호실 법정) 합의부에서 부산 상윤이 사건 공판이 처음 열렸다.

재판장 방청석에서는 피고로 기소된 이 군의 부모와 특수학교 학부모, 담임과 교장선생님 등 관계자들이 자리하였고, 상윤이의 부모도 방청하였다.

재판 시간이 되어 피고측의 지인들이 우르르 입장을 하자, 재판부에서는 조금 놀라는 듯했다. 그래선지 재판장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가, 피고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물었다.

재판관은 3명이다. 좀 특별한 재판에 어떤 사회적 관심이 있는지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경계하는 듯하기도 하였다. 사실 방청객 중에는 MBC 기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군의 변호사와 검사가 자리를 하자, 이 군이 입장하여 교도관에 의해 피고석으로 안내되었다. 이 군은 방청석을 두리번거리며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자신이 가장 신뢰하고 있는 엄마를 찾는 듯했다.

며칠 전 이 군의 엄마가 면회를 갔을 때, 집에 갈 것이니 검은 바지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이 군은 오늘이 무엇을 하는 날인지는 몰라도 집으로 갈 수 있는 날이라고는 인식하고 있다.

이 군이 구치소에 들어갔을 때 이 군의 엄마는 이 군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이해하고 적응할 것인가가 고민되었다. 그래서 “네가 아기를 밀어서 아이가 다쳐서 병원에 갔다. 그래서 아기를 아프게 해서 벌을 받는 것이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이 군은 그러면 몇 밤을 자면 집에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몇 밤이라고 하면 손가락으로 그것만 세고 있을 것이고, 생각했던 날 집에 가지 못하면 더 이상 설명할 말이 없어 구체적인 일자를 말해 주지 못했다.

구치소에서는 정신적 안정과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것을 고려하여 수면제를 하루에 3알 투약을 하고 있는데, 그것 때문인지 이 군은 매우 피곤하고 몽롱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발달장애인은 새로운 환경 중에 어느 하나에 관심을 가지거나, 호기심이 가득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보통인데 잠을 이기지 못하는 듯 눈도 크게 뜨지 못했다.

재판장은 변호사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겠느냐고 물었고, 변호사는 시민참여가 여론재판이 될까 염려되어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재판장이 이 군의 이름을 불렀다. 그럼에도 방청객을 바라보고 있자, 재판관쪽을 보도록 지시하였다. 이런 지시는 재판 과정 중에 계속 반복되었으나 이 군은 지시를 받았을 때 잠시뿐 시선은 계속 엄마에게만 가 있었다.

재판장이 불리한 경우 진술을 거부하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알아들었느냐고 묻자, 대답이 없다. 그러자 재판장은 “말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알았느냐”고 하였다.

이 군은 “예”라고 답했지만 사실 알아들었을 리 없다. 불리한 경우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되니 조용히 있기만 하라는 뜻으로 알아들을 수 있다.

재판장이 생년월일을 물었다. 이 군은 말이 없다. 그러자 재판장은 태어난 날이 언제냐? 생일이 언제냐? 하고 거듭 물었다. 이는 재판에 앞서 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인 것이다.

대답을 독촉하자 이 군은 2015년 1월 30일이라고 답했다. 재판장이 생일을 일러주며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날을 말하며 맞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은 남이 자신에게 하는 말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이 군도 그러하다. 재판장이 말하는 모든 연월일은 길어서 월일만 따라하고는 “맞아요”라고 했다. 정말 생일을 기억하고 말한 것인지 단순히 따라서 말을 한 것인지는 판단이 어려우나 매우 산만한 자세와 계속 몸을 움직이면서 말을 따라 하는 것으로 보아 이해하고 있지도 않고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지도 않는 것이 분명하다.

재판장은 매우 당황하였다. 방청객으로 온 사람 중에 담임교사와 엄마를 피고석으로 나오게 하여 의사소통을 돕도록 하면 되겠느냐고 제안하였다.

피고측 보호자들이 사법절차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의사소통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원래 법률조력인이나 진술조력인은 장애인이 사법절차에서 편의제공을 받도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나, 이는 장애인이 피해자일 때에만 적용하고 가해자일 경우에는 제공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서 수사과정에서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피해자라고 밝혀진 상태이면 어느 정도 판단은 서서 보호를 받는 것이지만 가해자로 된 경우는 억울하게 판단되어 가해자가 되어 버렸을 가능성도 있고, 의사소통의 문제로 인하여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몰아서 뒤집어 쓸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해자가 되었을 때에 진술조력인은 더 필요한 것이다.

어쨌든 재판장은 진술조력인을 제공해 달라는 주문에 대하여 그런 전문가에 대하여도 알지 못하여 담임과 엄마가 조력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 재판을 이끌어갈 것을 제안한 것이다.

공판검사는 18세 청년 발달장애인(지능은 5세 수준, 발달장애 1급, 활동보조 서비스 2등급) 이 군이 몰운대복지관 3층에서 3세 아동 상윤이를 아래로 던져서 숨지게 했다고 공소장을 읽었다.

그리고 사건에 관련된 증거를 제시했다. 증거는 사건 주변인들의 진술서와 사건 발생 후 찍은 사진들인 것 같았다. 목록은 40여 가지이지만 이 군의 가족들은 공소장의 내용도 모르고 있고, 자신들의 진술서관련 서류라고는 보지 못한 상태이다. 심지어 변호사마저 공소장과 엄마의 진술서마저 열람만 허락할테니 복사는 안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재판장이 증거목록의 제목을 보며 재판에서 제출을 수용함을 검토하였는데, 사건현장 목격자는 상윤이 엄마 한 사람뿐이므로 증거는 여러 사람의 정황적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정확한 살인의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죄명이 살인이면 현장검증도 필요하지만 장애인이라 별 의미가 없다고 하여 생략한 것 같았다.

증거자료 목록에 살인에 사용된 물품이나 살인을 했다는 물증은 없이 주위 사람들의 정황적 진술에 의존하고 있고, 그 외에 이 군의 진단서가 있었다.

재판장은 진단서를 보고 장애가 그렇게 심한데 병원진료 기록이 왜 이것밖에 없느냐고 이 군 엄마에게 물었다.

이군의 장애등록을 위해 받았던 진단서라고 하자, 진료기록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런 질문은 발달장애를 정신질환자로 보고, 장애인을 환자로 보는 시각의 질문이다. 상태가 저런데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은 기록은 없느냐는 말이다. 장애에 대한 인식부족을 보이는 말이다.

재판장이 이 군에게 아기를 던졌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군은 재판장의 질문을 따라 하기도 하고, 아니라고도 하고, 그렇게 했다고도 했다. 그리고 “아기를 밀면 안 돼요” 등의 말을 했다.

이런 일관성 없는 발언 중 일부만 가지고 구성하게 되면 안 된다는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기를 던졌음을 인정하는 것을 진술한 것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 군은 시간이 지나자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쉬는 시간을 주고 상태를 파악하여 다시 재판을 이어갈 전문판단을 주문할 수도 없었다.

아기를 던졌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이 군은 “컴퓨터를 하고 싶어요”, “아기가 이뻐요”, “1월 30일 재판장을 만나요”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재판일은 교도관이 가르친 말인 것 같았다.

발달장애인에게 일관된 진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며, 주의산만함이 불량한 태도로 오해되어서도 안 된다. 이러한 것이 마치 범죄자의 위장술처럼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재판장 중 한 사람인 여성 재판관이 어떻게든 이 군과 대화를 통해 심문을 이어보려는 노력을 시도하였는데, 이 군을 유치원생으로 가정하고 친절하게 질문을 해 나갔다.

“아기 이뻐요, 아 그래, 아기 던졌어요. 아기가 죽었어요. 아기를 왜 던졌어요?” 등의 말을 했다.

이 군은 사실 ‘던졌다’와 ‘놓쳤다’와 ‘떨어졌다’ 등의 단어 구분도 하지 못하고, ‘죽음’에 대한 개념도 ‘왜?’라는 이유를 묻는 화법이나 단어의 뜻도 모른다.

그러나 왜 그렇게 했느냐는 질문은 반복되었다. 사실 인정을 유도하고 원인을 밝히려는 의도이다.

5살 수준의 정신연령이라고 하지만, 5세면 엄마에게 따지기도 하고, 자신의 요구를 주장하기도 하는 매우 말 많고 똑똑한 말솜씨를 구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군은 시제와 가정문, 원인과 결과에 대한 문장표현이 불가능하다.

재판장은 변호사에게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변호사는 살인에 고의성의 있다는 것에는 부정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인정한다고 하였다. 이 군의 장애상태가 심신상실 상태라든가, 던졌는지, 놓쳤는지에 대한 현장검증과 인형을 통한 과학검증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리 높지 않은 3층에서 던졌을 때 머리가 땅에 먼저 닿는지는 사실 매우 중요한 것이어서 던진 것이 아니라 놓쳤을 수 있다는 것은 고의성의 유무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일 수 있다.

오히려 재판장이 이 군이 심신미약인지 심신상실인지를 변호사에게 물었다. 변호사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가 잠시 후 다시 아마 심신상실이 아닌가 한다고 하자, 재판장은 그럼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심신상실 상태이면 행위능력에 법적 책임이 없는 것이므로 무죄가 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변호사는 무죄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재판장은 요즘 의사들이 진단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어 공주의 국립연구소에 의뢰하여 정신감정을 받아 심신상실인지를 진단한 후 변론기일을 잡겠다고 하고 재판은 끝이 났다.

이 군의 발언들은 엄마가 구치소에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한 말들을 따라한 부분이 있다. 단어 선택 하나 하나가 매우 중요한 법정에서의 진술이 이로 인해 영향을 미칠까 염려된다.

재판이 끝나자 이 군은 교도관에게 양팔이 잡힌 채 재판정을 나가면서 엄마에게 집에는 안 가느냐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엄마에게 다가오려고 버티자 엄마는 진정시키기 위해 들어가라고 말했다.

이 군의 엄마는 상윤이 엄마에게 그렇게 원하던 사과를 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엄마에게 다가갔다. 상윤이 엄마는 원한이 가득한 눈을 하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극히 흥분된 상태이므로 지금은 만나지 못하도록 만류하였다.

이 군이 다니던 학교는 2년 전에 개교한 학교로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 학교를 지을 당시에도 주민의 반대가 극심하였는데, 이 군 사건 이후 염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는 이웃의 반응이 커졌다.

상윤이 사건은 학교 주변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수업시간에 일어난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매일 학교는 주민으로부터 장애인들 위험하니 학교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감시하라는 항의전화를 받고 있다.

상윤이 엄마는 학교장을 찾아와 “던지는 것을 학교에서 가르쳤느냐?”라고도 하고, 이 군이 정신이 온전치 못하니 멀쩡한 당신들이 감옥에 대신 들어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도 하고, 학교가 교육과정 운영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되자, 살인학교가 어떻게 상을 받을 수 있느냐며 교육청을 방문하여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군의 사회성, 언어성, 자립성, 발달수준 등 각종 진단과 평가자료가 재판부에 제출되어야 하며, 재판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에 대한 자료와 이군의 장애특성을 설명해 주는 전문가의 참여와 관련 자료의 제출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 재판은 이 군의 정신감정을 통한 심신상실 판단이 있은 후 일정이 잡힐 것이다.

사법부에서는 장애도 정신감정으로 대체되고, 법적 능력을 따지는 기준으로 장애의 정의 자체가 반영되고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향후 재판부는 이 군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진실규명보다 법적 능력이 중요한 관점이 되는 것이다. 이 군이 심신상실자라고 판단될 경우 세상은 심신상실자가 저지른 죄는 누구의 책임이냐며 또 논쟁거리로 삼을 것이다.

이 군이 때를 쓰며 울거나 집에 가겠다고 발악을 하지 않고 그래도 엄마를 보며 재판관의 질문에 대답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고 이 군의 엄마는 대견해 했다. 그것만으로도 대견한 이 군에게 재판을 진행하는 것조차가 무리한 작업처럼 보인다.

발달장애인 관련기관은 부모회, 복지협회, 사랑회 등 무수히 많고, 관련 학술단체나 전문가 단체도 많다. 그리고 당사자 부모모임도 많다.

그러나 그들은 재판과정을 외면하고 이 군의 상태를 누구도 설명하는 역할을 하려 하지 않는다. 피해의 결과에 대해 이 군 주위에서 화살을 맞을 것이 걱정되면 남의 일로 묻어버리는 이상 장애인의 사법 절차에서의 해답은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

사회대통합위원회를 비롯 많은 사회통합 정부조직과 시민단체들이 있지만 모두 매우 바쁜지 갈등지역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외국 같았으면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갈등해소를 위한 차원에서 장애인을 위험인물로 낙인찍는 정신적 보복살인을 막기 위한 시민단체들의 자원활동도 활발했을 것이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닌, 여론이 통합과 화합을 주도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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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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