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터넷상 '병신년'을 웃음소재로 사용한 이미지(아래)‘병신년_소재_농담_NO_캠페인’ 이미지.ⓒ인터넷커뮤니티

2016년, 붉은 원숭이의 해, 병신년(丙申年)이 밝았다. 말 그대로 육십갑자 중에서 천병신년(丙申年) 은 말 그대로 육십갑자 중에서 천간(天干)이 '병(丙)'이고, 지지(地支)가 '신(申)'인 해다. 하지만 병신년(丙申年)이 쓰이는 의미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신체의 어느 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보통과는 다른 형체를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의 동음이의어 '병신'과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인 '년'이 합쳐져 병신년이라는 말로 누군가를 조롱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

“병신년에 만나요,”, “엿가락처럼 쭉쭉 늘리고 병신년 해 작가 같다”, “병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메일을 읽는데 왜 욕먹는 기분이지?”, “실감이 잘 안 나지만 5개월 후면 병신년의 신부가 된다”, “병신년이잖아 병신짓 좀 하면 어때?”

물론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병신년’의 웃음소재가 장애인들에게는 조금 불편하다. 이에 SNS상에서는 ‘병신년_소재_농담_NO_캠페인’이란 해시태그로 많은 네티즌들이 동참하고 있다.

‘병신년_소재_농담_NO_캠페인’은 2016년 60갑자 병신년(丙申年)을 패러디해 다른 사람을 비하하거나 조롱, 희화화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행동을 촉구하는 캠페인이다.

'병신'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의 어느 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보통과는 다른 형체를 가진 사람’, 또는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이다.

흔히 그러한 사람을 경멸조로 이를 때 쓰는 말로 장애를 가진 사람을 비하할 때 쓰는 단어다. 악의는 없었다고 그저 농담일 뿐이라고 의도를 봐달라고 할 수 하지만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 쓰든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병신’은 장애인 인권 단체들이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해온 단어고 국립국어원 ‘장애인 차별 언어의 양태에 관한 연구(2009)’ 보고서에도 '병신'이라는 단어는 여타 단어 중, 장애인 차별성이 가장 높은 말이기도 하다.

연세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는 “'병신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누군가를 조롱하는 것 역시 분명한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질병을 앓고 있거나 장애를 겪는 등 다른 신체를 가진 모든 사람, 그리고 모든 여성은 자연스럽게 조롱의 대상이 된다”며 “여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언어의 사용은 문제가 없는 것이 되며, 지속해서 사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렇지 않게 무심코 사용하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며, 누군가의 삶을 부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병신년을 소재로 한 농담을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며 “표현 자체에 누군가를 조롱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무심코 쓰인 표현에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앓는 사람, 장애인, 그리고 여성은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겪는다”고 강조했다.

캠페인에 참가한 A씨는 “누군가 병신년이라는 표현에 상처 받았다면 그것을 표현한 의도와 맥락이 그렇게 중요할까 싶다. ‘미안해요, 그 표현은 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이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냐”고 말했다.

또 다른 B씨는 “병신년을 장애인비하에 사용하면서, 혹은 의도하지 않은 드립으로 당사자에게 불편함을 줘 놓고, ‘왜 사소한 거에 목매냐’하는 분들이여. 그렇게 사소한 한마디에 사람들이 큰 상처를 받고 있으니 사소한 말 안 쓰는 것이 더 쉬운 일”이라고 캠페인의 뜻을 밝혔다.

한편, 지난 12월3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논평을 통해 “병신년은 장애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다. 악의 없는 비유라도 상처받는 이들이 있다면 버리고, 피할 수 있으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게 길”이라며 “무심코 던진 말과 언어의 유희에 애꿎은 피해자가 있을까 걱정된다. 민주노총은 약자에 대한 비하 우려가 있는 말을 쓰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구성원들도 함께하길 권유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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