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몽골 유니버셜프로그레스센터 등과 개최한 ‘동북아 정신장애인 인권증진과 당사자 운동 확산을 위한 국제컨퍼런스’ 모습.ⓒ웨비나 캡쳐

한국·몽골·일본 3개국 동북아 정신장애인들이 5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몽골 유니버셜프로그레스센터 등과 개최한 ‘동북아 정신장애인 인권증진과 당사자운동 확산을 위한 국제컨퍼런스’에서 각 당사자 운동을 공유했다.

이미 당사자단체가 조직돼 지역사회에서 활발히 목소리 내는 한국·일본과 달리 몽골은 이제야 정신장애인 운동이 시작됐지만, 그 지향점은 같았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

한국 대표로 나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신석철 센터장.ⓒ웨비나 캡쳐

한국 대표로 나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신석철 센터장은 2000년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정신장애가 법정 장애유형으로 포함됐지만, 권익옹호 등을 수행할 당사자단체가 없었던 시절을 짚었다. 이 시기를 ‘억압기’라고 표현했다.

정신장애운동은 서울을 중심으로 2010년 KAMI(정신장애인권연대, 카미) 준비모임 발족 및 창립총회가 개최되며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아직 이 시기에 정신장애 당사자가 주체는 아니었고, 주로 타 장애 유형의 단체, 전문가단체 등의 유관단체에서의 목소리였다.

신 센터장은 “정신장애가 인정됐지만 모든 영역에서 배제되고 활동지원, 보험가입 등에서도 배제됐다”며 “정신장애 운동을 지속하며 투쟁할 조직 및 세력이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목소리를 외친 것은 2014년, 정신장애인 강제입원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 청구 운동에서부터다. 신 센터장을 포함해 KAMI 권오용 대표,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 등의 당사자 리더들이 모여 투쟁한 끝에, 헌법 불일치와 함께 현재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개정을 이끌어냈다.

법 개정 이후 최초 당사자단체 그룹인 한국정신장애인연합, KAMI,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등이 활동했으며, 2019년 서울시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통해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생겨나며, 당사자주도 단체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현재 마포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3곳이 당사자 기본권을 중심으로 권익옹호, 자립생활지원, 동료상담, 정보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서울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자립생활센터 전국적으로 설립할 수 있도록 운동해 나갈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들의 정신장애운동은 ▲권리보장 투쟁(서울시 정신질환자 자립생활 지원에 관한 조례 이행 요구, 서울시 정신건강 2030 마스터플랜 이행, 당사자 탈원화 및 권리보장) ▲이념개발 및 보급(당사자 리더교육, 활동가 및 리더양성, 동료 형성) 등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특성 반영한 활동조사 인정표, 가족지원 확대, 위기 쉼터 사업 등) 즉각 도입과 정신의료기관에서의 탈원화 정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몽골 유니버설프로그레스자립생활센터 N.Tamirkhvv 활동가.ⓒ웨비나 캡쳐

반면, 몽골의 정신장애인 당사자 운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한 상태다. 유니버설프로그레스자립생활센터 N.Tamirkhvv 활동가는 현재 몽골의 장애인 당사자 운동은 1990년 이후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는 “1990년까지 몽골은 사회주의 나라였기 때문에 당사자 운동이 없었다”면서 “1990년 이후 많은 단체가 설립됐으며, 현재 500개 NGO 단체가 등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기준 10만6169명의 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중 정신장애인은 2만414명이다. 아직 정신장애인 대상 기관은 소수라고도 전했다.

그가 일하는 유니버설프로그레스자립생활센터는 몽골 최초 자립생활센터로, 총 160명 회원 중 정신장애인은 10명에 불과하다. 그는 “정신장애인 같은 경우 아직 통계적으로 봤을 때 지원사업, 당사자 운동 관련해서 미흡하다. 상담 등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한국과 일본의 운동을 배우면서 정신장애인 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일본의 사회복지법인 우라카와 베델의집 이토 노리유키 활동가(가운데).ⓒ웨비나 캡쳐

조현병 당사자인 일본의 사회복지법인 우라카와 베델의집 이토 노리유키 활동가는 일본의 정신장애인 당사자 운동은 1993년 시작됐다고 했다.

‘전국정신장애인단체연합회(전장연)’가 발족하며, “정신장애 외톨이를 없애자”라는 표어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연대와 사회참여를 증진하는 것은 물론, 동료상담 등의 활동을 진행한 것.

이토 활동가는 “현재 일본의 정신장애 당사자단체는 세계의 흐름과는 역행해 기운이 없어지고 있다. 전국 단체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지방 정신장애 당사자단체도 동료끼리의 교류를 중심으로 한 것이 많아 행정 등에 당사자 목소리를 전달하는 에너지가 있는 곳은 적다. 구성원의 고령화 등으로 모임의 수도 감소 경향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비교적 활발한 우라카와 정신장애 당사자 운동은 40년 전 1970년 후반부터 알코올 의존 당사자가 음주 실패 체험을 이야기하는 단주회 등 회복자클럽 도토리모임이 잇따라 설립됐다.

특히 사사키 미노루 씨는 우라카와의 교회 일각에서 병동에서 퇴원해 지역에서 생활하는 첫 걸음인 공동생활을 시작했으며, ‘도토리 모임’ 멤버가 중심이 돼 우라카와의 특산품인 다시마 포장의 하청일을 시작했다.

교회 한쪽에서 하던 공동생활과 다시마 상품 제조판매는 2002년 사회복지법인 우라카와 베델의 집으로 조직화됐으며, 현재 정신장애 당사자 직원을 포함해 8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는 일대 사업장이 됐다. 또한 취업 지원·그룹 홈·헬퍼 스테이션·방문 간호 스테이션 등, 복수의 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토 활동가는 우라카와에서 정신장애 당사자로서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살아가기 ▲역할을 갖고 일하기 ▲나 자신을 돌보기 등을 꼽았다. 현재 우라카와의 정신과 병상은 130개에서 2022년 현재 0개 병상이라는 성과까지 냈다.

이토 활동가는 향후 앞으로의 희망으로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경제활동을 통해 납세자로서 생활하고 싶고, 역할 찾기, 자신 및 다른사람 돕기, 당사자 활동의 활성화, 세계 당사자들과의 연대를 꼽았다.

이토 활동가는 “저는 어릴 때 친구가 하나도 없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우리에게는 언어적 차이,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경험, 같은 어려움, 같은 장애를 가진 분들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질병과 장애경험을 나누고 당사자 연구의 세계대회와 환각망상대회 등을 함께 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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