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1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중도장애인’을 주제로 장애인 아고라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어느 날 갑자기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들이 한목소리로 애환을 털어놓았다. 43년전 폭발사고로 여전히 시달리고 있는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부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가족 간 다툼, 정보를 알지 못해 골방에 갇혀 지낸 세월까지.

이들은 후배 장애인들이 자신들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보 제공, 자활 여건 마련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1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중도장애인’을 주제로 장애인 아고라를 개최했다. 장애인 아고라는 원고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는 광장형 토론이다.

장애인 중 중도장애 비율은 89%로 누구나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도장애인의 우울과 분노, 절망감이나 일상생활의 어려움, 직업생활에 대한 사회 환경적 지원 체계는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부천지부 김운택 지부장,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 민동식 회장.ⓒ에이블뉴스

■의료비 ‘깨진 독에 물 붓기’, 43년 전 사고 ‘생생’

먼저 중도장애인들에게 장애란, ‘또 다른 세계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이 되면 신체적, 심리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까지 복합적으로 경험한다.

1982년부터 투석을 받았던 한국신장장애인협회 부천지부 김운택 지부장은 "예전에는 지원이 전혀 없었다. 의료보험이 없던 시절 100~200만원의 투석비는 너무 큰돈이었다"며 "처음에는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이 돼서야 죽을 때까지 경제적으로 힘든 것을 알았다. 그 뒤로 투석비를 벌고자 노가다, 막일, 웨이터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신장장애인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가족 간 갈등문제도 크다. 부모, 형제들이 '너한테 들어간 돈이 깨진 독에 물 붓기'다라며 투석에 대한 금액을 형제끼리 미룬다"면서 "겉보기에는 괜찮지만 숨이 차고 너무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 민동식 회장은 "만 43년 전 운동화를 신고 있는 상태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파편에 의해 발목이 절단됐다. 3일 후에 발목을 찾아서 화장 처리했다고는 하는데, 가끔도 폭발사고가 꿈에 나와서 나 스스로 놀란다"면서 "현장에서 직접 동료의 죽음을 경험한 동지들은 절대 그 것을 잊혀지지도 치유되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민 회장은 "설문조사, 각종 연구에 따르면 산재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사회적 부적응, 우울증을 앓고 있다. 상처 부위 뿐 아니라 사고로 인해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를 갖고 있다"면서 "현재 심리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았다. 형식적으로 해서는 있으나 마나한 제도"라고 피력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김소영 차장은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중도장애인들의 좌절감이 큰 이유는 우리사회가 장애인으로 살아가기에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을 이 사회가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살아갈 길이 막막할 따름"이라며 "직업을 찾는 것이든,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제약"이라고 토로했다.

맑은손안마원 장견중 원장,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김소영 차장.ⓒ에이블뉴스

■재활, 복지정보 제공 전혀 없어 ‘골방행’

지난 2004년 자동차 폭발사고로 빛도 감지되지 않는 전맹 시각장애인이 된 맑은손안마원 장견중 원장은 중도장애 초기부터 병원이나 관계기관에서 각종 복지 정보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의 아쉬움을 털어놨다.

장 원장은 "6개월 동안 처음 병원에 입원해있었는데 '당신은 전혀 보이지 않으니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라고 말해준적이 없었다. 퇴원 후 장애인등록을 신청하러 간 동사무소에서도 복지관 연계를 해줬어야 했는데 전혀 없었다"면서 "골방에 몇 개월 찌그러져 있는데 아는 형수님이 한 프로그램에 나오는 재활 정보를 알려줬다. 애초에 병원, 동사무소에서 해줬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장 원장은 "복지관에 가보니 중도장애인들은 대부분 빨라야 5년 만에 집안에서 나오더라. 정보를 알려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초기 중도장애부터 병원이나 관계기관에서 1차적으로 각종 복지관의 재활정보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수장애인협회 김소영 차장도 "30여년전 장애를 수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모르는 것이 투성이라 배워야 할 것이 많았지만 의료진들이 알려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면서 "중도장애인들은 사회로 돌아가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거의 많은데 관련 훈련과정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동조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중도장애인’을 주제로 열린 장애인 아고라.ⓒ에이블뉴스

■“사람답게 살도록 직업을”, “정보 제공 절실”, “사회도 노력”

이에 이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어려움이 후배 장애인들에게 반복돼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민동식 회장은 "장애가 있다하더라도 노동력이 1%만 살아있다면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을 해야만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산업재해 자체가 일을 못하면 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보상금은 1~2년이면 까먹고 없어진다. 남는 것은 불구자의 몸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 회장은 "빈곤 대물림은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 범장애인복지 관련 재활은 당연한 것이고 자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자영을 하든, 취업을 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견중 원장은 "각자 장애유형별로 제공받고자 하는 정보가 너무 다르다. 일선 복지관이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당사자의 기본정보를 알고 있으면 경제적 문제, 재활적 문제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 훨씬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소영 차장은 "척수손상을 가진 척수장애인은 발생시기부터 어디다가 문의를 해봐야 하는지 답이 없다. 대학병원에서 수술하게 되면 병원에서 나가야 하고 또 다른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면서 "재활치료 부터 의료지식까지 정보 제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산사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성혁 센터장은 "이 사회에서도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장애인도 장애인이라고 해서 기대만 하는 것보다 장애인 나름대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같이 어울려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이날 아고라에서 나온 일상복귀를 위한 재활체계 마련에 대한 의견들을 정리해 보건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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