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플로이공사 유스턴지점의 총괄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질 스미스(Jill Smith)씨와 회계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앤드류 리어(Andrew Lear)씨. ⓒ에이블뉴스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한국산재노동자협회, 한국장애인문화협회 관계자들로 구성된 영국방문단이 11일 오전 방문한 곳은 바로 램플로이공사 유스턴 지점이다. 런던시 유스턴가에 사무실이 있는데,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과 비슷한 '대영도서관' 건너편 쪽이다. 킹스크로스역이라는 큰 철도역사가 인근에 있기도 하다.

램플로이공사는 장애인에게 직업을 제공하고, 장애인을 고용하려는 회사에게 능력있는 장애인들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영국에서 장애인고용과 관련한 상담, 교육, 훈련, 모니터링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흥미로운 점은 1945년 설립 당시는 2차 세계대전에서 장애를 입은 이들을 위한 공장으로 출발했다는 것. 1946년 처음 문을 연 이 공장에서는 가구와 바이올린을 생산했다고 한다.

램플로이공사는 여전히 영국에서 장애인을 가장 많이 고용하고 있는 회사(현재는 학교가구, 모터 부속품, 경찰과 군인을 위한 보호장비 등을 생산하고 있다)이기도 하지만 장애인고용과 관련한 토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기관이기도 하다. 유스턴지점의 역할도 장애인들과 장애인을 채용하려는 기업을 위한 각종 지원업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국측 방문단과의 미팅에는 유스턴지점의 총괄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질 스미스(Jill Smith)씨와 회계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앤드류 리어(Andrew Lear)씨 2명이 참석했다. 이중 앤드류 리어씨는 최근 서울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고 방문단측에 친근함을 표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미팅이 진행될 수 있었다.

한국측 방문단이 이들과의 만남에서 가장 인상 깊게 받아들인 첫번째 것은 장애를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먼저 보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다.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일럿이 되고자하는 장애인이 램플로이공사를 찾아왔다면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지원을 할까?

이들의 대답은 "그 장애인에게 파일럿이 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면 현실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고, 그에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찾도록 도와준다. 같이 훈련을 해서 자신에 맞는 직업을 찾을 때까지 지원해준다"는 것.

이들에게 일하고 싶은 장애인을 지원한다는 의미는 이런 것이다. 2주부터 16주까지 다양한 훈련프로그램이 있는데,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될 때까지 상담, 교육, 훈련 등을 제공하고, 취직에 성공한다면 2년 동안 직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약 2년안에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면 다시 자신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다시 램플로이공사로 되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자신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은 전문적인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발휘해 장애인이 자신에 맞는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측 방문단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장애라는 것이 불편한 것이어서 아무래도 느리거나 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있지 않은가? 이러할 경우 비장애인과 차별이 있지 않겠는가?'

"만약 능률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취업을 지원해줄 때는 장애인의 능력을 파악해 뒤처지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동등한 직업을 찾도록 주력한다. 자신의 장애에 맞는 직업이 있다."

한국측 방문단이 인상깊게 받아들인 두번째 점은 바로 영국의 사회보장제도이다. 영국의 경우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의 실업자에게 집과 생활비를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고, 장애인이 취직을 했지만 파트타임으로 충분한 생활비를 벌지 못하게 된다면 나머지는 정부에서 채워준다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수입이 생겼다고 해서 정부의 지원이 곧바로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시켜준다는 것.

런던시내에는 유스턴지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지점이 한곳이 더 있고, 영국 전역으로는 약 26곳 정도가 있다고 한다. 유스턴지점은 등록되어 있는 약 300명 정도에게 상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100군데가 넘는 협력기관들과 같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취업한 장애인이 낙오하지 않고 일하고 있는 취업성공률이 75% 정도라고 소개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에겐 이상으로 보이는 일들이 이곳 영국에서는 현실로 실현되고 있었다.

미팅이 진행되고 있는 이 방은 장애인이 처음 유스턴지점을 방문했을때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2주동안 장애인에게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장소이다. ⓒ에이블뉴스

유스턴지점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장애인고용 촉진을 위한 각종 포스터. 장애인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에이블뉴스

램플로이가 홍보용으로 만든 볼펜에는 능력이 먼저(putting ablility first)라는 것을 강조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에이블뉴스

유스턴지점에 비치되어 있는 장애인고용을 위한 각종 홍보물과 리플렛들. ⓒ에이블뉴스

유스턴지점으로 들어가는 입구. 우측 버튼을 누르면 문이 자동으로 일정 시간동안 열리게 된다. ⓒ에이블뉴스

한국방문단이 제공한 선물을 받고 기뻐하고 있는 유스턴지점의 직원들. ⓒ에이블뉴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