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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운동의 매력에 빠진 영국의 두 청년

영국 장애인 전국네트워크 '레이다' 직원들과의 만남

장애인 자립생활 대세…대형장애인시설 모두 문 닫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6-13 13:18:22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신동일 사무총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레이다의 두 청년. 가운데가 압둘 초두리(Abdul Choudhary)씨, 오른쪽이 아이단 하깃(Aidan Hargitt)씨. ⓒ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신동일 사무총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레이다의 두 청년. 가운데가 압둘 초두리(Abdul Choudhary)씨, 오른쪽이 아이단 하깃(Aidan Hargitt)씨. ⓒ에이블뉴스
레이다(RADAR, The Royal Association for Disability and Rehabilitation)는 장애인단체와 장애인들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다. 1천여 회원단체와 회원들이 있는데, 절반 가량은 장애인당사자이고 나머지 절반은 장애인관련 기관이다. 레이다는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아니고 캠페인을 하는 곳이지만, 회원단체들 중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레이다는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에 있는 국회의원들이나 정책결정자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회원들의 의견과 관심사를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1977년 설립되어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고, 장애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두 장애인기관이 통합하면서 레이더가 탄생했다고 한다.

레이더가 현재 벌이고 있는 캠페인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이 결정하고 선택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자립생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고, 두번째는 장애인들이 가난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를 확충하고,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장애인당사자가 정책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국회에 장애인이 진출할 수 있다면 어느 분야에서든 장애인이 참여해 리더로 활약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3가지 모두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 레이다측의 판단이다.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한국산재노동자협회, 한국장애인문화협회로 구성된 영국방문단은 48시간 지하철 파업이 끝나 지난 이틀보다 도로사정이 나아진 12일 오전 경쾌한 발걸음으로 레이더로 향했다. 레이더는 런던 내에서도 각국의 금융기관이 즐비한 영국 경제의 중심지인 시티(City)에 위치하고 있었다.

레이더에 도착하자마자 방문단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휠체어장애인 사용자를 위한 차량이었다. 호기심이 발동된 방문단은 차량 운전기사에게 양해를 구해 잠시 차량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차량 뒤쪽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장애인이 쉽게 승하차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차량이었는데, 레이더의 한 리더가 사용하는 차량이었다. 그 운전기사는 방문단이 직접 탑승까지 해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국에서 찾아온 방문단을 맞은 이들은 레이더의 두 청년이었다. 둘은 모두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는데, 한 명은 시각장애가 있고 또 다른 한명은 장애가 없었다. 시각장애가 있는 이는 23살의 청년 압둘 초두리(Abdul Choudhary)씨, 장애가 없는 이는 26살의 청년 아이단 하깃(Aidan Hargitt)씨였다.

압둘 초두리씨는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던 중 학교에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나 대우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서 공부를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다가 장애인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레이더와 인연을 맺게 됐다. 장애가 있는 자신에게 레이더의 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너무 잘 맞았다고 한다.

아이단 하깃씨는 어머니가 장애인학교 선생님이어서 용돈을 벌기 위해 장애인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키워졌다고 한다. 유럽 국회쪽에서 일을 하면서 영국 정부의 문제점을 많이 보게 됐는데, 정치를 하는 이들을 상대로 장애인의 권리를 찾는 레이더에 매력을 느껴 진로를 바꿨다.

압둘 초두리씨는 레이더에서 국회와 접촉해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고, 아이단 하깃씨는 미디어를 상대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일종의 홍보역할을 맡고 있다.

압둘 초두리씨는 최근 국회의원을 위한 장애인 가이드북을 펴냈다. 32페이지 분량의 작은 책자에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과 소통하는 방법과 장애에 대한 올바른 관점, 장애인차별금지법(DDA)에 대한 이해 등이 담겨 있었다.

압둘 초두리씨에게 한국에는 장애인 국회의원이 299명 중 8명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영국에는 얼마나 많은 장애인 국회의원이 있는지 물었더니 애매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장애인 국회의원이 몇명인지 많이 받고 있는 질문인데 정확한 숫자를 말하기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 장애인 국회의원의 숫자는 한국과 비슷한데, 정신적 장애가 있는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장애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의 대답에서 영국에서는 최근 정신적 장애를 가진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정신적 장애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장애이슈라는 알아챌 수 있었다. 정신적 장애의 대부분은 우울증인데, 영국인 4명 중 1명이 살아가면서 우울증이나 정신적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본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장애를 판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레이더의 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이번에는 속시원한 대답이 나왔다. "레이더의 직원은 15명밖에 되지 않지만 잘 알려져 있고 파워가 세다. 레이더에서 일하고 있는 리더는 누구에게 이름을 대도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다. 창문을 내다보면 높은 빌딩을 가진 기관들이 있지만 우리만큼 파워를 발휘하지 못한다."

국가원수가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인 영국은 의원내각제가 도입되어 있지만 아직 왕권이 실효한 국가다. 레이다의 첫 글자인 알파벳 'R'은 'royal'의 약자인데, 기관이나 단체 이름에 'royal'을 붙이고 있다는 것은 왕실에서 직접 챙기는 기관이나 단체라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 꽤 높은 왕족 관계자가 레이다의 고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 사망을 하는 바람에 현재는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레이다의 활동이 왕권에만 기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아이단 하깃씨에게 레이다가 지금과 같은 파워를 가질 수 있기까지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지 않은지 물었다.

"대학생들에게 장애와 인간의 가치관에 대해 강의를 많이 하곤 하는데, 강의를 할 때 장애인들이 다른 그룹의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먼저 깨뜨린다. 장애인 인구가 영국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중 17%만이 선천적이고 나머지 83%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내가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흑인이나 여자가 될 수는 없지만 장애인이 될 수는 있다는 것은 100% 확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사실을 일깨워주면 장애에 대해 잘 받아들인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방문단은 과연 레이다가 어떤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한 듯 했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지 질문이 나왔다.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지원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통계청과 같은 기관이 있다면, 그곳에 장애와 관련된 통계를 내겠다는 프로포절을 내고 심사를 거쳐 선택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기업들에게도 프로포절을 내서 펀드를 확보하기도 한다. 또한 장애와 관련된 가이드북을 만들어서 정부기관(국가의료서비스) 등에 팔기도 하고, 일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 가이드북 등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최근의 장애인 이슈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탈시설-자립생활과 관련해서 영국에 대형 장애인시설이 아직 남아있는지 물었는데, 장애인당사자들의 강력한 캠페인을 통해서 대형 장애인시설이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것이 18개월 전이라고 답변이 돌아왔다.

첨예한 이슈인 지적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대해서는 "솔직히 답을 찾기 힘든 문제다. 지적장애인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지적장애인을 대신해서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18세 이전에는 보통 부모들이 그 역할을 하고, 18세 이후부터는 지적장애인이 다른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따르는 보조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 등록과 판정에 대해서는 "한국과 같은 등록체계는 없다. 개인마다 주치의가 있는데, 좀더 세부적인 검사를 하려면 종합병원에 가게 된다. 정부는 의사들에게 장애가 있는 사람이 무엇을 못하는지 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그러한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서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각종 서비스의 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문제도 영국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장애와 관련된 시설을 설비하거나 장비를 받는 것이 가능한데, 실제적으로는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서류가 복잡하고, 정부측에서도 재정을 줄이려고 하는 태세다. 장애인이 다른 시로 이사를 가게 될 경우, 복잡한 절차를 다시 밟아야하는 문제도 있다. 장애인에게 직접 돈을 지급해서 알아서 서비스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다."

레이다에는 최근 들어 다른 나라의 방문이 잦다고 하다. 오는 10월 한국에서 또 다른 방문단이 온다고 말했는데,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장애청년드림팀의 방문을 얘기하고 있는 듯 했다. 레이다의 레이다망은 이미 세계로 뻗어있는 것 같았다. 레이다의 두 청년은 이메일을 통해서 연락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던졌다. 여느 기관의 방문처럼, 방문단은 레이다측에 미리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한 뒤에 발걸음을 돌렸다.

우리나라 방문단이 레이다 관계자들과 진지하게 미팅을 갖고 있다. ⓒ에이블뉴스
▲우리나라 방문단이 레이다 관계자들과 진지하게 미팅을 갖고 있다. ⓒ에이블뉴스
레이다의 한 리더가 타고 다니는 차량. 경사로를 통해 쉽게 차량에 탑승할 수 있다. ⓒ에이블뉴스
▲레이다의 한 리더가 타고 다니는 차량. 경사로를 통해 쉽게 차량에 탑승할 수 있다. ⓒ에이블뉴스
직접 휠체어장애인용 차량에 탑승해보고 있는 한국산재노동자협회 홍석요 부회장. ⓒ에이블뉴스
▲직접 휠체어장애인용 차량에 탑승해보고 있는 한국산재노동자협회 홍석요 부회장. ⓒ에이블뉴스
레이다의 두 청년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방문단. ⓒ에이블뉴스
▲레이다의 두 청년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방문단. ⓒ에이블뉴스

런던/소장섭 기자(sojjang@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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