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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4번째 맞이한 2018년 해돋이
행복한 날들이 더 많은 나날들이 되길 소망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1-04 12:53:131
미국 하와이 동쪽 해변에서의 해돋이. ⓒ이유니
▲미국 하와이 동쪽 해변에서의 해돋이. ⓒ이유니
미국 하와이로 이주해 지내는 4년간 우리 세 가족의 새해 전통은 이 섬의 동쪽 해변에서 해돋이를 보는 것이 되었다. 작은 섬이다 보니 섬 끝에서 섬 끝이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해가 지는 것도 해가 뜨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쉽사리 볼 수 있다.

새벽 다섯시 자고 있는 딸을 깨웠다. 학교를 가는 날에는 수차례 불러도 겨우 눈을 뜨는 아이가 해돋이 보러 가자 한마디에 눈을 번쩍 뜬다.

캄캄한 도로를 달려 오하우 섬의 가장 동쪽 해변, 샌디 해변(Sandy Beach)에 도착하였다. 이미 주차장에는 해돋이를 보러 온 차들로 가득하다. 겨우 자리를 찾아 주차하고 모래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반바지에 슬리퍼, 어둑어둑한 새벽인데도 서핑 보드를 들고 파도를 타러 가는 서퍼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4년째 맞이하지만 아직도 어색한 열대섬의 1월 1일의 모습이다.

하와이를 오기 전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해돋이는 대학시절, 추운 겨울 한국 정동진의 해돋이였다.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가 두꺼운 겉옷, 뜨거운 커피에도 오들오들 떨며 맞이했던 해돋이, 그때만 해도 내가 삼십대 후반의 해돋이를 이렇게 따듯한 섬나라에서 한국보다 무려 17시간이나 늦게 해가 뜨는 곳에서 맞이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다.

우리 딸은 만 세살이 막 되던 해에 자폐증 진단을 받았었다. 그 전부터 남들과 다른 발달 양상에 자폐증을 끊임없이 의심하였었다. 의심은 하였지만 정작 의사로부터 아이가 장애 판정을 받던 그날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어떤 엄마들의 표현을 빌자면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 진 것처럼 느껴지던 날이라고 하였다. 나는 그날 이후로 내 삶이 결코 다시는 예전같이 평범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지난 7년간 우리 아이는 나에게 세상 어느 것도 당연한 일은 없다는 것을 매일 가르쳐 주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엄마 아빠를 큰 소리로 한번도 불러본 적이 없는 아이, 친구를 사귀려는 노력도 관심도 보이지 않는 아이, 크리스마스 산타를 기다리지 않는 아이, 엄마가 화나고 속상할 때 웃으면 안된다는 것,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일들. 화날 때 화났다고 말하고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하는 어떤 이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힘든 일이던지, 내 일상은 어느 것 하나 당연한 일도 평범한 일도 없는 육아로 채워졌다.

우리 딸은 내가 익숙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산다. 내게 익숙한 세상은 언어와 사회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 아이의 세상은 감각과 자아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아이의 세상은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다. 나는 아이의 세상을 알지 못하고 아이는 내 세상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래서 함께 살아야 하는 우리의 하루는 매일이 실수이고 배움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세상은 이따금 내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움을 일깨워 준다. 그래서 나는 우리 딸이 사는 그녀만의 세상을 우리의 세상과는 다르지만 신비하고 아름다운 세계, 원더랜드(Wonderland)라고 부른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내가 일터에서 만나는 장애를 가진 많은 아이들에게서 나는 그들만의 아름답고 신비한 원더랜드를 종종 마주하곤 한다.

서퍼들이 헤엄치는 태평양 한가운데 열대의 바다에서 한국보다 17시간이나 늦은 해돋이를 맞이하였다. 겨울이 있는 곳에서 삼십여년을 보낸 나에게 이 모든 것이 이색적이고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모든 게 일상인 평범한 풍경일 것이다.

세상에서 말하는 평범한 일도 평범하지 않은 일도 사실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의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돌아보면 힘들어서 눈물 콧물 나는 날들이 수없이 많았던 한 해,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았던 2017년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원더랜드를 배워가며 깨달음과 행복함이 더 많았던 순간들로 그 무게를 잘 감당하고 보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은 아이겠지만, 실은 더운 여름의 해돋이와 같이, 세상의 기준과 조금 다를 뿐인 아이라는 것을 배우며 한해를 지내왔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평범하지 않은 일들이 우리의 일상을 차지하는 2018년이 될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 이 순간만큼은 우리의 새로운 한해가 행복한 날들이 더 많은 나날들이 되길 소망해 본다.

나의 첫 번째 에이블뉴스 칼럼에서 전하는 새해 첫 인사, 해피 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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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유니(naluit8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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