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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에 처할 권리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36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1-11 14:51:061
시설 입주자는 위험에 처할 권리가 있습니다.

‘위험에 처할 권리’를 쓰는 동안, 월평빌라 입주자 백 씨 아저씨가 크게 다쳤습니다. 기계톱에 손가락이 끼어 살이 찢기고 뼈가 으스러졌습니다.

다행히 조각난 뼈를 모두 붙였고 신경과 근육도 모두 봉합했습니다. 감염되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하고, 근육과 관절을 쓸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수술 다음 날, 안색이 돌아오고 밥도 잘 드셨습니다. 가족들도 크게 걱정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습니다.

백 씨 아저씨는 2009년 3월 월평빌라에 입주했습니다. 지난 9년간 큰 사고를 세 번 겪었습니다.

2009년 6월, 아저씨가 예초기 방향을 급하게 바꾸면서 예초기 칼날에 농장 주인의 무릎이 베었습니다. 50바늘을 꿰맸습니다. 2011년 2월, 사륜 오토바이로 출근하다가 도랑에 빠져 머리와 갈비뼈가 골절되었습니다. 사륜 오토바이 배우는 데 6개월 걸렸고, 1년쯤 출퇴근하니 자신감이 생겼는지, 그날은 한 손으로 운전하다 사고가 났습니다. 2017년 12월, 기계톱에 손가락을 크게 다쳤습니다.

백 씨 아저씨는 어느 농장에서 품삯도 제대로 못 받고 오십 년을 살았습니다. 가족이 찾아가서 아저씨를 빼냈습니다. 가족에게 갈 형편이 안 되어 월평빌라에 입주했습니다.

월평빌라 입주 후에 다시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좋은 주인 좋은 농장을 찾아 주선했고 3군데 옮겨 다니다가 2011년부터 지금까지 덕원농원에서 일합니다. 2016년 7월, 덕원농원 주인집 아래채에 전세 얻어 자취합니다.

이렇게 다치고 놀라고 위험하니 시설에 들어와서 사는 게 어떠냐고 여쭤봤습니다. 아저씨는 싫다고 했습니다. 짐작했습니다. 이유가 궁금해서 여쭈었는데 ‘심심하다’고 했습니다.

자기 삶을 사는 사람에게 위험은 필수입니다. 자기 삶을 살아 본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자기 삶을 살려고 합니다. 공중의 새가 송충이와 물을 날갯짓에서 얻고 비바람과 매의 발톱을 자기 몫으로 여기듯 말입니다. 시설 입주자도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삶을 살도록 도와야 합니다.

시설 입주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삶을 사는 데에 장해 요소가 있습니다. ‘보호 의무’와 ‘사고 걱정’이 그렇습니다. ('보호 의무'와 '사고 걱정'은 <<복지요결>> <시설 사회사업>편, '시설 입주자의 인권'을 참고했습니다.)

보호 의무.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7의 ‘보호 의무’가 입주자를 자기 삶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시설 입주자를 보호 대상인양 보고 그렇게 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호가 지나치면 통제·관리로 변하기 십상이고, 입주자는 자기 삶에서 멀어집니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7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장애인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및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금지한다 합니다.

이 보호 의무가, 이로 인한 보호 행위가, 입주자의 사생활 및 지역사회 생활 같은 법익을 침해하거나 그 보장 노력을 저해합니다. 보호가 필요한 사람 상황 사안을 특정하지 않고, 필요 이상의 보호를 삼가지 않고, 입주자 자체가 보호 대상인 양 말하거나 온갖 일에 보호하려 드는 잘못.

입주자에 대한 인식에, 입주자 인권 실현에, 입주자를 위한 사회사업에, 입주자의 삶에, 이보다 나쁜 게 있을까요?" <<복지요결>> <시설 사회사업>편, ‘시설 입주자의 인권’

이런 면에서,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7에서 ‘보호가 필요한 사람 상황 사안을 특정’함이 마땅합니다. 이로써 입주자의 삶을 지키고 살릴 수 있다면 이보다 중한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사고 걱정. 시설 입주자가 자기 삶을 살도록 돕자면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고, 위험은 도처에 있습니다.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지고요. 사고는 행정적으로 법적으로 도의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동반합니다. 책임져야 할 것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으면 '입주자가 자기 삶을 살도록' 지원하기를 주저하게 됩니다. 주저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보호’하자며 돌아섭니다. 결국 입주자는 자기 삶에서 멀어집니다. 직접 겪지 않더라도 다른 시설의 사례를 접하는 것만도 위축됩니다.

그렇다고 마냥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시설에서는 ‘입주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의무와 지원 원칙을 지침과 계약서에 명시’하여 ‘사고 뒷일에 대한 걱정을 덜고 입주자 인권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시설 입주자의 삶에 ‘위험하다’는 말이 너무 많습니다. 위험하다는 말은 힘이 있어서 돕는 사람을 위축시키고 당사자를 무기력하게 합니다.

요리는 위험하다, 외출은 위험하다, 여행은 위험하다, 계단은 위험하다, 버스는 위험하다, 학교는 위험하다, 직장은 위험하다, 밤거리는 위험하다, 물건 옮기는 건 위험하다, 남을 돕는 건 위험하다, 비 오는 날은 위험하다… 이런 말은 실제 그 상황에서 직원과 입주자를 위축시키고 무기력하게 합니다. 아주 강하게 말이죠.

위험하다는 말은 때로 너무 위험합니다.
위험을 제거하는 위험은 때로 너무 위험합니다.

참고 자료: 장애인 거주시설 입주자 개별 지원을 위한 4대 선결과제 세미나 자료집 '사고' 편(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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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박시현(refree@welfa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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