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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장애인식개선은 사회질서에서부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1-15 16:21:581
'카톡~'

지난 해 결혼이민비자를 받아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아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언제나 반가운 아들의 연락, 그런데 이번엔 안부와 함께 보내온 몇 장의 사진이 더욱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본 거리에 있는 점자블록, 이것은 눈이 불편하신 분들이 이용하는 곳이니 물건을 놓지 말아주세요. 라고 써 있는 거예요. 혹시 엄마 강의하실 때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까 해서 찍어봤어요.”

머릿속 가득 물음표를 낳았던 궁금증도 잠시, 뒤이은 아들의 말에 사진을 조금 확대시켜 보니 정말 오돌도돌한 점자블록 위에 몇 글자의 일본어가 덧쓰여져 있었다.

‘아... 이런 방법도 있구나?!’

생각지 못한 아들의 정보에 이모티콘 하나로 고맙단 말을 대신하노라니 문득 지난해 어느 여름날 마주했던 사건(?) 하나가 나의 뇌리를 스쳐간다.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여름. 여느 때처럼 외출을 위해 집을 나선 날이었다. 빠듯한 약속 시간에 종종걸음을 치며 발길을 재촉하던 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눈앞에 나타난 다소 어이없는 광경 앞에 잠시 발길을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도의 점자블록 위와 그 주변을 걸쳐 떡하니 세워진 한 카페와 분식점의 입간판이었다.

‘이걸 어쩌지... 저대로 두면 위험할 텐데...’
잠시의 고민 끝에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 상황을 설명한 후 입간판의 정리를, 손님이 많아 말씀드리지 못한 옆 분식점에도 대신 전달을 부탁드렸다.

그런데 잠시 후,
“아니! 점자블록 위도 아니고 옆에다 뒀는데 뭐가 문제예요?”
나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갔던 사장님이 되려 언성을 높여 벌컥 화를 내며 들어오시는 게 아닌가.

“인도에 입간판을 두는 것 자체가 불법 아닌가요?”
다소 황당한 사장님의 반응에 더는 설명할 마음도, 시간도 없어 함께 언성을 높이니 그제야 놓인 입간판을 조금 더 멀리 치워두시던 사장님.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후, 함께 높였던 언성은 소리 소문 없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 있던 입간판을 확인한 순간, 조금은 괘씸하고도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 120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계도요청 문자를 보내며 SOS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에휴... 이래봤자 어차피 시간 지나면 또 똑같아 질텐데...”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너무도 당당하게 애용하는 비장애주민이 있어 다산콜센터에 이에 대한 조치를 부탁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도루묵이 되었던 몇 년 전의 기억을 씁쓸히 소환하며 말이다.

어라? 그런데 이 카페와 분식점. 신고 후 6개월이 지나고 해가 바뀌어도 그 당시 구청 공무원의 계도 그대로 입간판이 치워져 있다. 공무원의 방문으로까지 이어진 단속이 무서웠던 걸까, 아니면 이제 정말 점자블록의 필요성과 그 위, 그 주변에 방해물이 놓였을 때의 위험성을 알게 된 걸까?

이유야 어찌됐든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까지도 여전히 그 모양을 유지하며 시각장애인들의 안전을 확보해 주신 사장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흔히 일본인들은 예의가 발라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생활화 된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들도 모르면 실수를 한다는 것을, 때로 그 실수는 누군가에게 폐가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 모든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쓰여진 점자블록 위 글씨가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의가 없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와 민족을 넘어 그 주체가 누구이든, 그 행동이 무엇이든 계획된 범죄가 아닌 이상 일부러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한 행위가 아닌 몰라서, 또는 그 입장이 되어보질 않아서 벌어지는 실수 아닌 실수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애에 대한 기본 지식, 장애인에 대한 에티켓 또한 이와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장애인식개선교육이 법정 의무화가 된 지금. 비단 한 번의 교육으로 그 많은 장애에 대한 지식을 다 남겨줄 순 없겠지만 적어도 당장 우리의 일상 속에 적용되어 있는 것.

예를 들면,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들이 그 위를 서커스 하듯 밟는 용도가 아닌 흰지팡이를 사용해 길을 읽으며 지나가는 곳이며,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왜 다른 주차구역보다 넓어야 하는지 등등이 어린 시절 교과목을 통해서부터 학습되어 진다면 조금은 더 빠르고 바른 장애인식개선이, 장애인권이 완성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는 1년에 한 번 실시되는 장애인권교육만으로는 부족한 요소들이 너무 많음을, 더 나아가 편의시설에 대한 이해는 장애인권과는 무관한 사회질서 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마음이 무거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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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옥제(jlf0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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