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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어느 날 우체국에서 있었던 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11-11 16:08:371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나는 화를 잘 내지 않는다. 그래서 큰소리를 내는 일이 별로 없다. 평소에 목소리가 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얼마 전 어느 술집에서는 그냥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목소리를 낮추라는 경고를 받았고 더 떠들었다면 아마도 쫓겨났을 것이다.

큰 목소리, 사람들은 누구나 화가 나면 목소리가 커지게 마련이다.
내가 큰 소리를 내는 일이 별로 없다니, 이건 거짓말이다. 예전에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큰소리로 아이들을 꾸짖기도 했었다.

장애인 복지일을 하면서 큰소리 낼 일이 좀 많았겠는가? 장애인 관련법을 한가지씩 개정할 때마다 큰소리를 내야 했다. 전국에서 제일 많은 부산의 유료도로 통행료 장애인 감면제도를 만들 때도 그랬고, 한쪽 눈 실명자를 시각장애인등급에 포함시킬 때도 그랬다.

지하철에 휠체어 리프트는 무용지물이고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니 제발 설치하지 말라고 아무리 큰소리도 떠들어도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경사로, 휠체어리프트 중 택일'이라는 법을 바꾸라고 했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지나기도 했지만 지난 7일 부산교통공단에서는 2006년까지 5천억을 투입하여 1∼3호 전 역사에 편의시설을 확충한다고 발표했다. 그럼 전 역사에 설치되어 있는 휠체어 리프트 설치비용 그리고 철거비용은 어떻게 되는 걸까?

더구나 장애인 1종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 때는 경찰청에서 그리고 보건복지부에서 울면서 아우성을 친 적도 있었다. 장애인복지는 투쟁의 산물인 것이다.

누구나 무슨 일이 뜻대로 안될 때는 화가 나고 그러면 저절로 목소리가 커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평소에 나는 화를 잘 안낼 뿐더러 가끔 화가 날 때도 참는다. 특히 화가 나서 찾아 온 장애인들에게는 화를 내지 않는다. 뭔가 일이 잘 안되어 화풀이를 하러 온 사람에게 나까지 화를 내고 큰소리로 맞대응을 한다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모처럼 화가 났다.
필자가 운영하는 하사가 장애인 상담넷에서는 한 달에 한번 후원회원들에게 감사 편지와 함께 영수증을 보내고 있다. 10월 재정을 마감하고 영수증을 정리한 우편물을 들고 동네 우체국으로 갔다. 창구직원에게 "우편요금 감면을 받으려고 하는데요"하고는 관련 서류를 내 보였다.

하사가 장애인 상담넷이 지난달에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했기에 등록증 사본과 혹시나 해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관련조항을 복사해갔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는 비영리민간단체가 공익활동을 위하여 사용하는 우편물에 대해서는 우편요금의 100분의 25를 감액한다는 조항이었다.

그런데 서류를 훑어보던 직원이 "우리는 그런 거 없는데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법에 명시되어 있다고 하자 그 직원은 윗분에게 물으러 갔다. 그 윗분 역시 "우리는 그런 거 없습니다" 라고 했다. 다시 한번 법 조항에 있다고 하자 윗분은 그 직원에게 본부에 물어 보라고 했다. 직원은 본부에 전화로 문의를 해보더니 본부로 가라고 했다. 본부에서만 취급한다는 법 조항을 좀 보여 달라고 했더니 본부에 가서 보라고 했다.

"알겠습니다"하고 얌전히 인사하고 나오려는데 그 윗분이 "그 법 우리도 좀 복사해 놓지"하는 게 아닌가. 그 직원이 내가 가져 간 법조문을 복사를 하기 위해 달라고 하기 전에 "법에 있습니다"하고는 나와 버렸다.

큰소리를 낸 것은 아니었지만 화가 난 것은 분명하였다. 아마도 내 표정도 굳어 있었으리라. 나오다가 생각해보니 미안했다. 다시 들어가서 가져 간 우편물은 그냥 일반우편으로 접수를 했다.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은 2000년에 제정되었으니 그 사람들이 모를 수도 있는데 무엇 때문에 화가 났을까. 나중에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우편료 감액 접수국은 '5급 이상 공무원이 우체국장으로 배치된 우체국과 우편편집국'이라고 나와 있었다.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忍은 칼날에 찔리는 것과 같은 마음의 고통을 참아낸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참고 들어 그 내용을 알고 '허락한다'는 뜻을 나타낸다고 한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누구나기자 이복남(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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