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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의 아물어 가는 상처
충현복지관 성금 태풍피해입은 장애인가구에 전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10-15 22:36:521
 가덕도 항월마을의 새잎이 돋아 난 무궁화 울타리.
▲ 가덕도 항월마을의 새잎이 돋아 난 무궁화 울타리.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는 엄청났다. 그러나 엄청나다는 것은 사람에 대해서다. 사실 가장 큰 피해는 자연이 아닐까 싶다. 매미가 휩쓸고 간 바닷가 나무는 바람을 맞아 낙엽수는 잎이 전부 말라죽었다. 아마도 염분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제 곧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질 때인데 말라죽은 나무에서는 새잎이 돋아나고 어떤 나무는 새잎이 나니 봄인 줄 알았는지 꽃도 피우고 있다. 나무들은 아무도 돌보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생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사람은 혼자서 자생하기는 쉽지 않다. 온 국민의 사랑과 정성 특히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손길로 매미의 상처도 차츰 아물어가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듣기에는 아름답고 흐뭇한 이야기이지만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아직도 먼 이야기이다.

매미로 인한 수재민을 위해서 충현복지관에서 모금을 했던 모양이다. 모금한 돈은 1백4십만7천7백십원이었다. 아마도 누군가의 돼지 저금통까지 다 털은 것 같다. 충현복지관에서는 그 돈을 장애인 수재민에게 전해달라고 에이블뉴스에 위탁을 하였고 에이블뉴스에서는 필자에게 위임하였다.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 중에는 장애인들도 많았겠지만 필자에게 접수 된 것은 3건이었다. 그래서 세 사람에게 똑같이 46만 9천원씩 나누고 710원은 김동수씨에게 붙여 주었다.

▲ 새로 수리를 한 집 앞에 선 김동수 박신화 부부(사진왼쪽)와 울고 있는 한성곤씨(사진오른쪽).
먼저 가덕도 눌차동 항월마을의 김동수(시각장애 1급·41)·박신화(지체장애 3급·41)부부를 찾았다.(9월 25일자에 소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희망의 집을 짓습니다] 자원봉사단에서 집은 수리를 해 주었단다. 부서진 벽을 새로 고쳐서 문을 달고 분홍색으로 페인트로 곱게 칠해져 있었다. 부인 박신화씨는 그동안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점심과 참을 해 주느라고 애를 쓴 모양이었다. 마무리 공사로 전기배선 등은 전문가를 불러서 하고 있었다.

당장 입을 옷이 하나 없다고 했다. 구청에서 헌옷이 들어오기는 했는데 발 빠른 사람들이 다 골라가고 자기들에게 맞는 것은 없더란다. 박신화씨는 척추만후증 장애인데 체구가 왜소했다. 마침 필자가 아는 곳에 헌옷이 몇 상자 있어서 10월 13일 오후에 부산시자원봉사센터의 차량지원으로 박신화씨에게 전했다.

두번째는 한성곤(신장장애 2급, 뇌병변 2급·66)씨다.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동에 사는데 전에는 뱃일도 하고 미역양식장도 운영했는데 96년에 뇌졸중으로 쓰려지면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거기다가 2년전에는 신장까지 나빠져서 일주일에 세번씩 혈액투석을 하고 있다.

아들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카드 빚만 몇천만원을 지어놓고 행방불명이라고 했다. 부인 현영희(56)씨가 송정 바닷가에 조그맣게 좌판을 벌려놓고 해삼 멍기 등 해산물을 팔아서 근근히 연명을 하고 있었는데 좌판이며 파라솔 등 장사 밑천이 태풍에 다 날라가 버렸단다. 월 25만원 월셋방에 살면서 하루 끼니를 걱정할 판이지만 아들이 있다고 국기법 수급자도 안된단다. 하루에도 몇번씩 자살을 생각한다는 한성곤씨는 필자가 전해 준 돈을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세번째는 더 가슴아픈 사연이다. 황성광(지체장애 3급·39)씨는 부산시 강서구 녹산동에서 배 만드는 일을 했으나 사업이 망해서 빚만 지게 되었단다. 지난 해 4월에는 아는 분의 소개로 중국동포 최옥단(41)씨와 결혼했다. 최옥단씨도 소아마비 장애인이었는데 중국에서는 장애인 4급이라고 했다.

▲ 왼쪽부터 강헌이 부녀회장 최옥단씨 김명복 통장.
황성광씨는 국기법 수급자였으나 부인은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였기에 국기법 대상자가 못되었다. 녹산동 바닷가 가건물에 살았는데 태풍 매미가 왔던 9월 12일 밤 갑자기 바닷물이 들이 닥쳤고 최옥단씨는 여권이 담긴 손가방만 챙겨들고 남편과 함께 겨우 집을 빠져 나왔단다. 집채같은 파도가 몰아쳤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편 황성광씨가 파도에 휩쓸려갔다는 것이다. 다행히 시신은 찾았다고 했다.

녹산동 성산2구 김명복(51) 통장과 강헌이(50) 부녀회장이 최옥단씨를 필자의 사무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현재는 집도 없이 마을회관에서 기거를 한다는데 최옥단씨는 자기가 돈을 받아도 되느냐며 부끄러워했다. 이제 남편이 죽고 없으니 최옥단씨는 국적 취득문제가 더욱 난감한 일이다.

정부에서 최옥단씨에게는 약간의 사망 위로금이 나올거라지만 김동수씨에게는 아직 지원금 얘기는 없고 한성곤씨는 아예 대상도 안된다고 한다.

누구나기자 이복남(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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