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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1시간의 가치’ 묵살
최저임금 적용 제외 ‘독소조항’ 노동권 침해
고용장려금 의무화 무산·고용부담금 활용 침묵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12-29 15:42:341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가 담긴 ‘최저임금법’을 폐지하라는 퍼포먼스 모습.ⓒ에이블뉴스DB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가 담긴 ‘최저임금법’을 폐지하라는 퍼포먼스 모습.ⓒ에이블뉴스DB
[2017년 결산]-⑩ 최저임금

올해 2017년 장애계는 ‘약속의 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이 출범하며 복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의 과거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광화문 농성 1842일 만에 복지부 장관이 조문과 함께 민관협의체 구성 약속, 국토부 장관 또한 추석기간 저상버스 투쟁 현장에 방문하는 등 투쟁 보다는 ‘소통’과 ‘약속’의 훈훈함이 연일 보도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서구 특수학교 문제, 노동권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산적된 현안도 많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모든 장애인들과의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열 번째는 ‘최저임금’이다.


‘시급 7530원, 내 인생 속 1시간의 가치 최저임금’

고용노동부는 올 여름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최저임금 슬로건을 ‘내 인생 속 1시간의 가치’라고 정했습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인상된 시간당 753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3770원입니다.

하지만 1시간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노동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당하는 중증장애인 근로자입니다.

현재 최저임금법 제7조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속에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가 포함돼있습니다. 즉, 중증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안 줘도 된다는 ‘독소조항’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기준 7935명의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5년전인 2012년 3258명 대비 2.4배 증가한 것으로 매년 거의 1000명씩 증가하고 있는 수치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중증장애인 노동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중증장애인 노동자 평균 최저임금은 2630원으로, 지난해 최저임금인 6030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에 지난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듬해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보충급여제를 도입해 최저임금 적용을 권고내린 바 있죠.

장애인도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대표를 던질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사업주에 대한 부담 완화 방안도 함께 가져가야 하는데요. 그래서 ‘보충급여제’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장애계에서 나온 방안은 장애인고용장려금 활용 의무화,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이 대표적이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4개 단체는 지난 4월 국회도서관에서 ‘장애인 최저임금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DB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4개 단체는 지난 4월 국회도서관에서 ‘장애인 최저임금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DB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근로자들에게 어떻게든 임금을 주고 싶죠.”

최저임금을 적용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장애인보호작업장 등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말 못할 고충은 큽니다.

장애인을 고용했을 시 제공하는 고용장려금이 해당 시설이 아닌 법인으로 지급되는데요. 이 고용장려금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임금 보전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또한 이 의견을 받아 올 초 고용장려금을 법인이 아닌, 해당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근로자 임금만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침 개정을 시도했지만, 법인단체들의 반발로 물거품 됐습니다.

의무화가 아닌 ‘임금 등 사용하도록 지도’로 권고 수준에 그친 게 못내 아쉽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방안은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은 기업이 내는 장애인고용부담금 등으로 이뤄진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입니다.

이는 장애계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이는 부분이죠. 여러번 토론회에서도 의견이 나온 바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도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하고 국가가 최저임금 일부를 지원하라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고요.

고용노동부 자료인 ‘2015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결산’에 따르면 여유자금 5049억원에 달하고, 재정지원에 무리가 없다는 비용추계서 또한 나와 있지만, 법안은 계류 중이고, 정부는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이블뉴스DB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이블뉴스DB
“중증장애인도 전태일이다. 노동권을 침해하는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을 삭제해달라!”

정부의 응답이 없자, 결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지난달 21일 오후3시,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한 겁니다.

이들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신청건수가 매년 평균 75% 수준의 증가율을 보인다는 통계를 기반으로 최저임금 제외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늘(29일)로 벌써 한 달이 넘은 39일째입니다.

하지만 전장연이 요구하는 김영주 장관과의 만남도, 요구에 대한 만족할 만한 성과를 현재까지 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해를 넘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총 17개 단체가 모인 UN장애인권리협약NGO연대가 작성한 차기 국가보고서 질의목록 초안에 최저임금 적용제외 문제를 넣었습니다만, 정부의 태도가 현재처럼 미온적이면 이 노력 또한 물거품 되지 않을까란 우려도 듭니다.

이처럼 미적지근한 정부의 태도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3년간 고용노동부의 대통령 주요업무보고에 ‘장애인고용’이라는 단어는 한 글자도 없었거든요. 장애인고용을 주요사업으로 여기지 않은데, 문제의식과 개선의식까지 기대하긴 힘듭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1시간의 가치’는 어떤 의미일까요?

‘일자리 정책’을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 우리사회는 중증장애인 노동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할 때입니다.

‘1시간의 가치’ 최저임금 슬로건 이벤트를 진행한 고용노동부.ⓒ고용노동부 블로그
▲‘1시간의 가치’ 최저임금 슬로건 이벤트를 진행한 고용노동부.ⓒ고용노동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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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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