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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특수교육, 우리에게 주는 교육적 함의
개인에게 적합한 지원을 위해 협력하는 전문가
통합교육을 당연하게 인식, 모두 받는 특수교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9-21 09:46:081
8박 10일 핀란드 연수를 무사히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PVC팀(왼쪽부터 안진희, 남해솔, 김지선, 안제영, 남기현, 이승현, 제민희, 최유림, 신한지주 박지혜, 팀장 남경욱 교수). ⓒ제민희
▲8박 10일 핀란드 연수를 무사히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PVC팀(왼쪽부터 안진희, 남해솔, 김지선, 안제영, 남기현, 이승현, 제민희, 최유림, 신한지주 박지혜, 팀장 남경욱 교수). ⓒ제민희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2017년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PVC팀이 지난 8월 4일부터 12일까지 ‘나도 동네 친구와 집 근처 학교에 다니고 싶다(통합교육)’을 주제로 핀란드 연수에 나섰다. PVC(4-Paired Vision Challengers)는 ‘시각장애인 4명과 비장애인 청년 4명이 짝을 이루어 시각장애(Visually Impaired Person)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며 비전(Vision)을 찾아 이루어 나아가겠다(Challenger)’는 의지가 담겨 있다. 연수 내용을 연재한다.

핀란드로 떠났던 PVC팀이 8박 10일간의 알찬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PVC팀은 국내에 돌아와 최종보고서를 작성하며 핀란드 특수교육현장 탐방을 통해 느낀 점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개인에게 적합한 지원을 위해 협력하는 전문가

장애의 진단과 평가는 복지를 제공해야 할 대상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하지만 수치화된 정보만으로 학생에 대한 지원을 정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이를테면 같은 급수라도 장애 정도가 다를 수 있고, 노력에 따라 잔존 기능을 능숙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핀란드의 통합교육은 장애 유형이나 급수가 아니라 개인의 학습 능력에 따라 학생을 지원한다. 학습 수준에 맞는 별도의 과제를 부여하고, 단계적 지원을 통해 1대 1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단 한 사람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기 위한 교육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같은 장애 유형이라고 해서 학습 방법과 수준이 동일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인 검사와 상담을 거쳐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또한 성적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교육관으로 접근한다.

핀란드에서는 심리상담사, 의사, 사회복지사, 보건교사 등 많은 전문가들이 학생의 교육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학생을 만나거나 요청에 따라 담당자를 중심으로 면담을 갖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인력이 별도의 기관에서 도움을 주지 않고 각 학교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실정과 비교해 볼 때 학교를 바라보는 인식에서 나타난 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학교의 기능을 지식의 전달과 상급 학교로의 진학, 즉 학업적인 영역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핀란드는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의 양성을 위해 건강한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목표를 둔다. 단순히 인력의 구성을 본받는 것을 넘어 학교의 기능을 어떻게 규정짓고 있는지 먼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까사부오렌 학교에서 저시력 장애아동의 학습적응을 위해 지원하는 고대비 프로그램. ⓒ제민희
▲까사부오렌 학교에서 저시력 장애아동의 학습적응을 위해 지원하는 고대비 프로그램. ⓒ제민희
성공적인 통합교육을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전문가가 교내에 근무하고 개인에게 맞는 교육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비록 다양한 전문가가 교내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서 지금 당장 보기는 어렵겠지만 보조공학기기, 시험 시간 연장, 교수 적합화 등 각종 편의 제공과 더불어 일상생활을 위한 다양한 기술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지원은 각 기관마다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공신력을 갖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핀란드의 경우 Valteri Centre는 일반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중증장애 학생의 교육을 담당한다.

핀란드시각장애인연합회(Finnish Federation of the Visually Impaired)는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재활 훈련 및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는 등 시각장애인의 권익과 통합을 위한 일을 한다.

병원에는 재활팀이 있어 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적합한 기관을 소개해준다. 정보 부족으로 시간을 낭비하다가 조기 중재의 시기를 놓쳐버리기 일쑤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런 제도가 활성화된다면 장애 가족의 방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렇게 각 학교에서 맡기 힘든 광범위한 지원을 총괄하는 기관이 마련된다면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서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접근이 마련될 수 있고 부모 입장에서도 제한된 정보와 접근성으로 인해 놓치게 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를 신뢰하고 통합교육을 당연하게 인식하는 장애당사자

핀란드의 통합교육이라고 해서 이상적으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지는 않았다. 담당자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있으며, 재정적 문제로 지역 간 지원의 불균형이 심각했다.

당사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본적으로는 국가와 서비스 제공자들을 신뢰하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한 학부모는 자녀에게 재활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의사의 소견을 듣고 서비스 축소에 동의했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것에 희망을 거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데, 얼마나 전문가를 신뢰하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시각장애인 스포츠 중인 하나인 쇼다운 체험. 핀란드의 시각장애인 쇼다운 선수와 안제영 팀원. ⓒ제민희
▲시각장애인 스포츠 중인 하나인 쇼다운 체험. 핀란드의 시각장애인 쇼다운 선수와 안제영 팀원. ⓒ제민희
핀란드에서는 가족이 IEP의 계획과 실행, 평가에 주체적으로 모두 참여한다. 한 사람의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함께 의사소통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 자녀에게 이루어지는 지원에 관해 단순히 통보만 받았다면 국가와 교육에 대한 믿음이 견고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장애 당사자들이 서비스 제공자를 신뢰하는 이유는 장애인의 출생을 개인의 문제로 간주하지 않고 사회가 함께 해결하려는 물질적․정신적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핀란드의 장애인들은 분리교육 환경에서 더 질 높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특수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사회성과 자신감 향상을 위해서는 최대한 일찍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도 공통적으로 들었다. 물론 학교나 교사들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대답이기도 했다.

‘학생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에 다녀야 한다.’ 이것은 핀란드의 교육법에 규정된 내용이다. 우리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이 말을 가장 중요한 전제로 두고 이야기를 시작할 만큼 기본적인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분명 이와 비슷한 조항이 있겠지만, 그 대상을 장애 학생으로 한정했을 때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은 분리교육에서 통합교육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에 있다. 아직은 시행착오도 많고 찬반 논쟁도 끊이지 않는다. 언젠가 통합교육이 더 이상 권리와 의무 사이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학교에 다니는 것과 같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그려본다.

리카파카라 선생님과 아쉬운 작별을 나누는 PVC팀원들. ⓒ제민희
▲리카파카라 선생님과 아쉬운 작별을 나누는 PVC팀원들. ⓒ제민희
모두가 특수교육을 받는 나라 핀란드

우리나라는 장애로 인해 학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을 특수교육 대상자로 규정한다. 그리고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라는 제도를 만들어 다른 사람과 다른 공간에서 다른 교육을 받도록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장애 학생을 위한 별도의 교육 내용을 구성하는 것은 굉장히 특별하고 어려운 일인 것처럼 보인다. 대다수의 학생이 같은 것을 배울 때 특정 소수만을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핀란드는 개인에게 적합한 교육 내용 구성이 일상화된 곳이다. 학생들은 디지털 교과서를 가지고 자신에게 맞는 속도에 따라 공부하며, 별도의 과제를 부여받는다. 일반지원, 강화지원, 특별지원으로 나누어진 단계적 지원이 학교 차원에서 준비된다.

학습 부진, 언어, 행동 등 각자의 문제에 맞게 지원을 받는 환경이 구축되어 학생의 독특한 교육적 요구에 맞추어 가장 알맞은 내용과 방법으로 교육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핀란드가 말하는 특수교육이다. 말하자면 모두가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글자를 확대하거나 학습 내용을 조금 쉽게 바꾸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단지 타인이 그렇듯 자신에게 맞는 방식과 절차에 따라 교육받을 뿐이다. 장애 학생이라는 낙인과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은 학습 내용의 난이도를 떠나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기인한다. 학생마다 배우는 내용이 상이한 환경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핀란드의 교육을 지금 당장 우리나라에서 실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한 사람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으려는 교사들의 정신만큼은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개인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중시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이 글은 '2017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PVC팀의 제민희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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