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홈으로 가기 검색
뉴스홈 > 인물/단체 > 인물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
정신지체 2급 김경민군의 어머니 윤미애씨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5-02-18 09:34:311
한울장애어린이집 방과후교실 졸업식. <이복남 기자>
▲한울장애어린이집 방과후교실 졸업식. <이복남 기자>
다리와 입천장 수술을 하고 치료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수술비가 엄청났지만 남편이 더 열심히 과외를 해서 부담해 주었다. 남편도 처음엔 선생이 되려고 사대에 진학했는데 교생실습을 나가보고는 생각이 바뀌어 교직을 포기하였다.

구개파열 수술을 하고 난 후 이제는 고생 끝이라고 한시름 놓고 임용고시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는데도 아이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전까지는 전신마취도 많이 해서 '늦되겠지' 했었는데, 말 못하는 아이에 생각이 미치자 무서웠다.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나 막막했다. 도움을 받기는 커녕 속시원히 물어볼 데도 없었다. 소아과에서도 기다려보자고만 했다. 예전에 과외 하러 다닐 때 어느 집에서 본 학생의 이상한(?) 형이 생각났다. 수첩을 뒤져 그 집에 전화를 걸고는 조심스레 말을 꺼내 보았다.

장애아이. 경민이는 장애아였던 것이다. '지난 날 과외 할 때 학생들 데리고 장애인시설에 자원봉사하러 다니기도 했는데 왜 여태까지 우리아이가 장애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했을까' 억장이 무너졌다. 그동안 물리적인 치료만 하면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절망은 더 깊었던 것이다.

평생을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서 살아야 할 경민이를 부둥켜안고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눈물과 한숨이 하루 일과였다. 가슴은 갈가리 찢어져 쓰리고 아렸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92년 12월 우연히 한울장애어린이집을 알게 되었으나 학기 중간이라 자리가 없다며 내년 봄에 보자고 했다. 그 해 겨울은 참으로 길었다. 그러나 그 겨울의 시간들이 비록 웃음은 주지 않았지만 눈물은 닦아주었다. 경민이를 안고 웅크린 채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93년 새해가 밝았고 아주 천천히 3월이 왔다. 가슴에는 호기심과 기대 그리고 알 수 없는 설렘을 안고 등에는 경민이를 업고 한울장애어린이집(이하 한울)을 찾았다. 그동안 장애아이는 경민이 뿐인 것 같았는데 한울에는 경민이 보다 중증도 있고 경증도 있었다.

학부모 모임에서 아빠와 함께. <이복남 기자>
▲학부모 모임에서 아빠와 함께. <이복남 기자>
"그런데 한울에 가서 보니까 엄마들이 웃고 있었어요."

그것은 놀라움이었고 충격이었다.' 어쩌면 장애아 엄마들이 저렇게 웃을 수가 있을까' 그는 웃음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잊어버렸던 것이다.

한울의 최혜림 원장선생을 비롯하여 다른 선배엄마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래도 니는 낫다'는 것이었다. 아직 경민이가 어리니 가능성이 많고, 남편이나 시집식구들이 장애아를 낳았다고 구박도 하지 않고. 그제서야 그도 한숨을 돌렸다.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동질감 내지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눌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한울에서는 아이 교육뿐만 아니라 엄마들이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배우고 있었다. 이런 장애아이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들이 너무나 고마워 경민이가 공부를 하는 동안 청소며 설겆이며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한울에 살다시피 했다.

한울은 '부산의 명소 보수동 책방골목'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다. 보수동 쪽에서 책방 골목을 지나서 모퉁이를 돌면 왼쪽으로 수십개의 계단이 나타나고 그 계단 중간쯤에 중부교회가 있고 한울은 중부교회 안에 있다.

그는 한울을 '천국'이라고 했다. 선생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천사였다. 지옥 같았던 자신의 삶에 천국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가파른 계단을 아이를 업고 오르려면 힘이 들었지만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이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그리고 기꺼이 그 계단을 오르내렸다. ③편에 계속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로 현재 하사가장애인상담넷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복남 기자(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나도한마디


Copyright by Able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