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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못해도 우리끼리는 통해요”
장애를 가진 두 딸과 사는 김순옥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5-04-28 14:08:451
김순옥씨와 둘째딸 은경씨가 눈물을 흘리며 서로 위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김순옥씨와 둘째딸 은경씨가 눈물을 흘리며 서로 위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가정의 달 특집]장애인 가족의 현주소①

“미경이, 은경이랑 처음 여행 와 본다. 더 있다가 갔으면 좋겠다.”

19년 전 남편과 헤어지고 장애를 가진 두 딸과 살고 있는 김순옥(43)씨는 딸들과 처음 여행을 해 본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씨는 딸 들과 함께 지난 2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여행은 둘째딸 조은경(20·청각장애2급)양이 보낸 사연이 KBS 3라디오 ‘윤선아의 노래선물’에서 ‘어머니, 아버지…당신은 제 인생의 희망입니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진행한 수기공모에서 채택돼 이뤄졌다.

김씨가 남편과 헤어지게 된 것은 은경 양이 2살 때였다. 그 때부터 홀로 두 자녀를 키워오고 있다. 맏딸 조미경(23․청각․시각장애1급)양은 고3때 시력을 잃고, 어느 날부터 다리가 마비되기 시작해 병원에 갔더니 ‘뇌종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병원 사회복지과의 도움으로 무사히 뇌수술은 받았지만, 그 결과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었다. 거기다 주치의는 둘째 딸 조은경양에게도 병이 유전됐을 거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검사결과, 뇌종양은 이미 중3인 은경 양에게도 찾아온 상태였다. 그러나 수술 전날 김씨 가족은 더욱 더 충격적인 결과를 받게 된다. 은경 양에게는 이미 경부종양이 자라고 있었고,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 아주 커버린 종양이어서 방법이 없다는 사형선고였다. 수술시기를 놓쳐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는.

“남은 기간은 3주뿐이었고, 그 후엔 숨구멍이 모두 막혀 결국 사망하게 되고, 마지막이 고통스러울 거라고 의사선생님이 그랬어요. 그날, 딸애와 전, 부둥켜안고 울고 또 울었어요. 우는 것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요.

수술 한번 해보지 않고 딸아이를 죽게 내버려둘 수가 없었어요. 사망확률이 적나라하게 찍힌 수술동의서에 지장을 찍고 은경이를 수술실로 보냈어요. 해도 죽고, 안 해도 죽는다면 해보자 싶었죠.”

결국 수술은 잘 끝났지만, 은경양은 목숨을 건지는 대신 청력을 상실했다. 김씨는 “말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팠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김씨는 “좁쌀만한 종양이 미경이, 은경이의 시신경과 청신경에 아직도 남아있다. 지금은 더 악화만 안 되면 좋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수술 후 은경양은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 가는 것 외에는 집에만 있으며, 미경양도 밖으로 나가지 못해 집에서만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둘째딸 은경양에는 꿈이 있다. 은경양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한다”며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동아일보에 사연이 실린 적이 있어서 어떤 출판사가 내 사연을 보고 책을 내보자고 해서 쓰고 있는 중이다. 원고지 170매정도 썼는데, 아직 끝을 못 봤다. 반 정도밖에 못 썼다”고 웃으며 말했다.

맏딸 미경씨가 손으로 만져보고 바위인 것을 알아차리는 모습. <에이블뉴스>
▲맏딸 미경씨가 손으로 만져보고 바위인 것을 알아차리는 모습. <에이블뉴스>
맏딸 미경양이 시력과 청력을 상실하고, 둘째딸 은경양이 청력을 상실한 이후 세 모녀는 대화가 줄었다. 하지만 “말은 못해도 우리끼리는 통한다”고 김씨는 말한다. 이어 김씨는 “오히려 은경이에게 많이 의지하게 된다. 은경이가 내 말을 미경이에게 대신 전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에서 김순옥씨 가족의 멘토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암웨이 이원준(29)씨는 “미경이의 손에 글씨를 써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며 “가끔 물건을 만져보게 하고 뭔지 알아 맞춰보라고 하는데 금세 맞춘다. 계속 손으로 사물을 인지하는 연습을 해 나가는 중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현재 김씨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로 한달에 60만원 여를 지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실업상태다. 김씨는 “남들처럼 먹고 쓰지는 못해도 막노동 하루 하면 6~7만원은 받는다. 그것으로 근근이 살아왔다”며 “곧 일자리를 구해야하지만, 두 딸 때문에 오래 일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정창옥 기자(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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