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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다름을 인정할 때 존중은 실천되어 진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7-17 17:55:311
다음의 문제를 풀어보자.

괄호 안에 들어갈 단어를 제시된 단어에서 선택하시오.
1. 가르키다, 가르치다
* 부모는 가정에서 아이의 기본적인 인성과 생활습관을 ( )
* 아이는 하늘을 ( ) "엄마, 저건 뭐야?"
2. 부치다, 붙이다
* 친구 여러분, 원하는 모양을 이 널빤지에 ( )
* 오늘은 맛있게 파전을 ( ) 먹자.
3. 잃어버리다, 잊어버리다
* 하루 만에 새로 산 스마트폰을 ( )
* 미안해, 너와의 약속을 그만 ( )
4. 틀리다, 다르다
* 얘네들은 일란성 쌍둥이인데 성격은 완전히 ( )
* 오늘 산수 시험에서 5문제나 ( )


어떠한가? 초등학교 1학년국어 시간에 배우는 내용들이다. 정답을 한번 살펴보자.

1. 가르키다, 가르치다
* 부모는 가정에서 아이의 기본적인 인성과 생활습관을 (가르치다.)
* 아이는 하늘을 (가르키다.) "엄마, 저건 뭐야?"
2. 부치다, 붙이다
* 친구 여러분, 원하는 모양을 이 널빤지에 (붙이다.)
* 오늘은 맛있게 파전을 (부치다) 먹자.
3. 잃어버리다, 잊어버리다
* 하루 만에 새로 산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다.)
* 미안해, 너와의 약속을 그만 (잊어버리다.)
4. 틀리다, 다르다
* 얘네들은 일란성 쌍둥이인데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 오늘 산수 시험에서 5문제나 (틀리다.)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르게 사용되는 단어들을 아이들이 그 차이를 알고 바르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학습이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것은 '다르다'와 '틀리다'이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정답을 적는걸 보며 나는 짐짓 모르는 척 아이에게 물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뭐가 다른 거야?"

"틀린 것은 옳고 그른 것이 있는 거야. 정해진 답이 있는데 그걸 안 적으면 그건 틀렸다고 하지. 그런데 내 친구는 키가 크고 난 키가 작아 하지만 이건 옳고 그른 게 아냐. 정답은 없어. 그럴 수 있는 거지. 그럴 때는 다르다고 하는 거야."

요즘 아이들은 다 그런 건지 아니면 내 딸아이가 똑똑한 건지 어쨌든 아이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도 그 의미의 차이를 알고는 있다. 그래서 이렇게 문제가 나오면 정답을 맞히고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나도 모르게 잘못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남편과 언쟁을 할 때면 "난 당신과 생각이 틀려."하고 말하곤 한다.

'다르다'에는 인정과 수용 그리고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겠다는 의미이다. 반면 '틀리다'는 부정과 수정 그리고 거부나 무시를 의미한다. 바람직하지 못한 것임으로 인정할 수 없고 바람직하게 수정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남편과의 대화에서 단어 선택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남편의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줄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틀려'라는 말이 불숙 나오는 것 같다.

과거 집단주의 문화와 달리 오늘날은 개인주의적 사고와 타인의 개성과 취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이다. 어떤 경우 남들과 다른 독특함으로 인기를 끄는 이들도 많다. 이는 곧 그 사람이 나와는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함을 의미한다.

사회성 개발을 위한 자기계발서나 리더십에 관한 책에서는 어김없이 개인의 차이와 가치를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경청의 자세를 강조한다. 사회문화가 변화하고 인간 존엄과 가치를 중요시하는 교육 등을 통해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이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우리 장애인들도 우리의 신체나 혹은 삶의 방식에 있어서 비장애인들과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주고 잘못된 편견을 가지지 말 것을 항상 얘기한다. 그러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에 대해서 사람들은 문제를 풀 듯 정답은 알고 있지만 말과 행동으로 실천되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대학 생활을 하며 나는 비장애인 몇몇과 도시락을 직접 싸와서 점심을 먹었었다. 그리고 가끔 김밥을 사서 나눠먹기도 하였다. 처음 그들과 김밥을 먹을 때 젓가락을 건네주었지만 나는 손으로 먹는 게 더 편하다며 젓가락을 거절했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손으로 먹기 곤란하지만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내 입장에서는 손으로 집어 먹는 게 더 편한 게 사실이다. 특히 김밥 같은 경우는 한 알씩 떼어 먹어야 하는데 젓가락으로 잘려진 부분을 찾아 집어 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실명 후 처음 김밥을 먹을 때에는 두세 개씩 한꺼번에 집는 바람에 바닥에 많이 떨어뜨리기도 했었다. 그런 경험이 많았기에 나는 언제부터인가 김밥은 손으로 집어 먹었었다.

비장애인 학생들도 이해하고 수긍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후 김밥을 사먹을 때마다 나에게 항상 젓가락을 건네주는 학생이 있었다. 처음 몇 번은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건네주는 거라 생각했었는데 매번 손으로 먹는 게 편하다고 설명하는데도 항상 똑같이 젓가락을 건네주는 그 애를 보며 '장애가 있는 그들과의 차이를 이 아이는 인정하지 못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내 장애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그로 인해 삶의 방식이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음식은 손으로 먹으면 비위생적이므로 반드시 젓가락을 이용해 먹는 것이 바람직한 식습관이고 손으로 먹는 내 행동은 수정되어야하는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다름을 마음으로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그 친구에게 나는 '틀린 식습관을 가진 장애인'으로 비칠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한 친구가 어른 주먹만한 찹쌀 주먹밥을 1인분씩 호일에 싸서 점심 도시락으로 가져와 한 개씩 나눠먹게 되었다. 밑반찬으로 멸치볶음에 취나물과 겉절이까지 챙겨와 정말 풍성한 점심이었다.

매번 젓가락과 함께 김밥을 챙겨주던 그 아이는 그날도 어김없이 나에게 젓가락과 주먹밥을 건네주었고 나는 주먹밥 먹기를 시도하였다. 하지만 밥은 제대로 찰지게 엉겨 붙어서 잘 떼어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먹고 살겠다고 주먹밥을 열심히 쑤시고 있는데 주먹밥을 챙겨온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아, 안그래도 언니는 젓가락으로 먹기 힘들 것 같아 일회용 손장갑을 챙겨왔는데, 내 정신 좀 봐." 하며 나에게 일회용 손장갑을 건네주었다.

손으로 짭짤하고 쫀득한 주먹밥을 떼어먹고 손으로 멸치며 나물을 너무나도 편하고 달게 먹었다. 그 친구가 내 장애와 더불어 삶의 방식 역시 다를 수 있음을 마음으로 인정하고 수긍하고 있다는 사실을 건네준 일회용 장갑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르다'와 '틀리다'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입으로 혹은 이론적 사고만으로는 실천하기는 힘든 듯하다.

다양한 장애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신체적으로 다른 우리 장애인을 이해하고 우리의 삶의 방식을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그대로 인정해주기를 바라지만 나에게 줄기차게 젓가락을 건네주던 그 친구처럼 많은 비장애인들이 마음으로 다름을 인정하기에는 아직 무리인 듯하다.

그러나 나에게 일회용 손장갑을 챙겨준 그 친구를 보며 우리와 비장애인의 다름을 진정으로 수용하고 비장애인들과 거리낌 없이 교류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가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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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경미(kkm75@kbuwe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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