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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좋아하는데 장애가 무슨 상관이야
연희와 정희의 햇살 가득 사랑이야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3-09 12:59:281
정희를 바라보는 연희. ⓒ최선영
▲정희를 바라보는 연희. ⓒ최선영
사랑이 이렇게 쉽게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이름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의 불편함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당당한 그녀였지만 '사랑' 그 아름다운 설렘 앞에서만큼은 당당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지금보다 더 풋풋한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 떡볶이 2인분 주세요"
매콤한 떡볶이 맛에 반해버린 연희와 지선은 그날도 그곳을 찾았습니다.

"빨리 먹고 들어가자."
"이 맛있는 걸 어떻게 빨리 먹어치우냐~ 천천히 먹고 가자."
학원 수업에 늦을까 봐 서두르는 지선과 달리 연희는 느긋하게 매콤한 맛을 즐깁니다.

"여기 2인분요 매운맛으로 주세요"

낯선 남학생의 목소리에 연희의 시선이 머무르고 '콩닥콩닥' 심장소리가 커집니다.

그날 이후 떡볶이가 아닌 그를 보기 위해 그곳을 찾았고 그가 보이지 않는 날이면 두리번거리며 그의 안부를 궁금해했습니다.

"정희야, 오늘도 떡볶이?"
"응 당근이지."

연희가 찾던 그가 왔습니다.

"야 쟤 이름이 정희래. 남자 이름이 정희라니."
지선은 그가 있는 곳을 힐금거리며 연희에게 말합니다.

"정희... 이름이 정희였구나."
연희는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 기뻤습니다.

이름은 여자 같았지만 누구보다 남자다운 정희가 멋있어 보였습니다.

"지선아. 나 쟤 좋아하는 거 같아."
"정말? 그럼 우리 삼각관계야? 나도 쟤 맘에 드는데."

지선의 말에 연희는 잠시 당황합니다.

"호호호, 놀라기는 농담인데. 맘에 들면 친구하자고 해보든지."
"그래볼까? 호호"

다음날,

정희가 나타나지 않는 그곳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연희는 학원을 가기 위해 거리로 나옵니다. 그리고 정희를 만납니다.

연희의 신발 끈을 매주는 정희. ⓒ최선영
▲연희의 신발 끈을 매주는 정희. ⓒ최선영
"어 잠시만"
정희는 연희 앞에 멈춰 서더니 운동화 끈이 풀어졌다며 연희의 운동화 끈을 다시 매 주었습니다.

고마운 마음보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더 컸던 연희는 고맙다는 그 흔한 말도 하지 못한 체, 볼 빨간 소녀가 되어 가만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온 연희는 정희 생각만 하다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도 연희는 지선과 그곳으로 향하며 말합니다.

"나 오늘은 얘기해보려고."
"뭐라고? 좋아한다고?"
"응"

그때 정희는 낯선 여학생과 연희 앞에 나타났습니다.

"정희야."
"늦었네. 어서 들어가자. 내가 말한 그 맛 집이 바로 여기야."
"응. 배가 너무 고프다. 얼른 들어가자."

그 여학생이 정희의 팔짱을 끼며 들어오는 것을 보는 순간 연희는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괜찮아?"
"안 괜찮아."
따라나온 지선의 말에 한마디 툭 던지고는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무슨 생각해?"
"만약 내가 장애가 없었다면... 난 여자친구가 있거나 말거나 고백했을 거야. 좋아한다고. 그런데 여자친구가 이미 있으니까

이제부터 안 좋아할 거라고. 그 말..., 못하는 게 속상해. 장애는 그저 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 일부분이 참 싫다."

"무슨 상관이야... 장애가 있든 없든 그냥 네 감정을 말하는 건데 하고 싶음 하면 되는 거지."

"아냐 달라. 아주 많이. 왠지 엄청 초라해지는 거 같잖아. 나 내일부터 떡볶이 안 먹을 거야. 가자고 하지 마."

"장애 때문에 하고 싶은 말 못한다는 건 핑계야. 핑계가 아니라면 너 역시도 편견을 갖고 있는 거고."

"여자친구도 있는 애가 나 운동화 끈 풀어진 거 보고 무릎 굽혀서 매주는 거... 나한테 관심 있어서 가 아니라 불편한 애가 신발 끈 풀어진 게 안쓰러워서 매 준 거잖아.

동정이잖아 그게 싫어. 다시는 아무도 안 좋아할 거야."
"쳇! 혼자 소설을 쓰고 있네. 뭘 그런 걸 가지고 다시는 누구를 좋아하지도 않을 거라는 말까지 하고 그러는지..."

연희는 지선의 말에 대꾸 없이 길을 걸어갑니다.

대학생이 된 연희와 지선. ⓒ최선영
▲대학생이 된 연희와 지선. ⓒ최선영
그리고 연희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공대에서 정치학 강의가 있다는 말에 평소 관심 있는 분야라 싫다는 친구를 조르고 졸라 함께 수업을 들으러 갑니다.

"내가 너랑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어. 정치에 단 1도 관심 없는데 내가 왜 이 수업을 들어야 하냐고."

지선의 불평을 미소로 받아주며 연희는 신난 듯 강의실을 향해 갑니다.

시커먼 남학생들이 가득한 공대 강의실에 연희와 지선이 들어서자 교수님은 반가운 미소로 맨 앞자리로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연희가 앉을 수 있도록 의자까지 손수 빼주며 연희를 그 후에도 예뻐해 주셨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가벼운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고 있는데 연희 앞을 가로막아서는 한 남자. 말없이 몸을 숙이더니 연희의 풀어진 운동화 끈을 다시 매줍니다.

"습관인가? 아니면 취향인가? 운동화 끈 축 늘어지게 매고 다니는 거."

연희는 순간 숨이 멎어버린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립니다.
연희 옆에 있던 지선도 그를 보고 놀라워합니다.

정희와 이야기를 나누는 연희. ⓒ최선영
▲정희와 이야기를 나누는 연희. ⓒ최선영
"정희?"
"응. 하정희"
지선의 말에 정희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혹시 기분 나빴던 거야? 내가 운동화 끈 매 준거."
정희는 연희를 보며 말합니다.

"아... 아니..."
"그런데 왜 떡볶이 먹으러 안 온 거야? 기분 나빠서 안 온 줄 알았어."

"그게.."
"많이 바빴어."
연희는 지선의 말을 가로채며 대답합니다.

"그랬구나... 난 또.. 기분 나쁘지 않았다니 다행이다. 계속 마음에 걸렸었는데.
아무튼 반갑다. 여기서 다시 보다니. 이런 게 운명이겠지?"

정희는 활짝 웃으며 연희에게서 멀어집니다.

그리고 다음 강의가 있던 날.
수업이 끝나고 학교 앞 카페에서 기다린다는 메모를 남기고 정희는 먼저 가버립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나 먼저 가봐야겠네."
"왜 같이 가자."
"싫어. 너 첫사랑이 나타났는데 내가 거길 왜 같이 가."
"첫사랑은 무슨... 나 심장 떨려서 혼자 못 가. 같이 가줘."
"너 아직도 걔 좋아하는 거야?"
"몰라. 그냥 심장이 떨려."

먼저 와서 기다리던 정희가 카페에 들어서는 그들을 반갑게 맞아줍니다.

"사실. 연희는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때 너 많이 좋아했었어. 멋있다고"
"야!!!"
지선의 갑자가스러운 말에 연희는 당황하며 소리쳤습니다.

"정말? 하하하. 우리 인연이 맞나 보다. 사실 난 떡볶이 정말 싫어했는데 연희 너 때문에 거기 갔었잖아."
"어머 어머 이건 또 무슨 소리?"
지선은 신이 난 듯 의자를 바짝 당겨앉으며 정희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학원을 갔는데 연희를 봤어. 그런데 연희가 그 다음날 다른 학원으로 옮겨갔다는 거야.

학원을 따라 옮길 수는 없어서 연희가 좋아하는 떡볶이집을 갔었어."
"그런데 왜 연희에게 말 안 했어?"

"그때는 너무 어렸잖아. 용기도 없었고. 좀 두렵기도 하고. 갑자기 나 너 관심 있어. 이러면 연희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고. 기회만 엿보고 있었지."

"그럼 그 여자친구는 뭐야?"
"여자친구?"

"응 너 팔짱 끼고 들어오던 그 여자애. 그거 보고 연희 충격받아서 거기 다시는 안 갔던 거잖아."

"아... 그랬구나. 걔 내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이야. 내가 연희 예쁘다고 했더니 한 번 보겠다며 왔던 건데."

"난 내가 장애가 있어서 누군가를 사귄다는 게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용기 내서 좋아한다고는 말해보고 싶었는데 여자 친구 있는 거 보고..."

"나 장애 따위에 관심 없어. 우리 엄마도 청각장애인이셔. 우리 아빠도 엄마 첫눈에 반해서 수화도 배우고 엄청 따라다니다 결혼하셨어.

누구를 좋아하는데 장애가 있고 없고 가 무슨 상관이야.
너 처음 보는 순간 너무 예뻐서 그냥 사귀고 싶었어."

둘은 말없이 한참을 바라봅니다.

"나 이제 가야겠다. 둘은 정말 인연인가 봐. 소설 같아."
지선은 부럽다며 연희와 정희를 남겨놓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그렇게 만난 그들은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보내고 또 보냈습니다.
정희가 군대를 다녀오는 동안에도 연희가 먼저 졸업한 그날에도 두 사람의 사랑은 처음처럼 아니 더 깊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다정하게 웃고 있는 정희와 연희. ⓒ최선영
▲다정하게 웃고 있는 정희와 연희. ⓒ최선영
"사랑이 이렇게 쉽게 찾아올 줄 몰랐어. 내 사랑은 그날 그곳에서 영원히 끝난 줄 알았는데..."

봄 햇살 가득한 눈부신 거리. 그들이 처음 만난 그곳을 다시 찾아 이미 사라지고 없는 떡볶이의 추억을 더듬으며 연희는 말합니다.

"쉽지는 않았어. 널 찾기 위해 널 만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얼마나 달렸는지 모를 거야. 늘 네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그 흔적을 찾아다녔어. 입학식 날 널 보고 정말 기뻤어. 그리고 정치학 수업 들으러 온 널 보는 순간, 우린 운명이라고 생각했어."

"그래 우리 지금처럼 변함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하자."
"난 늘 그 자리야 너만 변하지 않으면 돼."
연희와 정희는 두 손을 꼭 잡으며 눈부신 봄 햇살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눕니다.
마음 가득 서로를 담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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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선영(faith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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