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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대학생 교재난 해소해야
학습권 보장위해 교재 정보 안내 등 적극적 노력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3-09 17:15:511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교육열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이야기들을 해 왔다. 공교육, 사교육 가릴 것 없이 자녀들의 교육에 대해 대부분의 부모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 시대와 맞물려 자녀의 교육에 사용하는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일로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의 어린시절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나는 대학에 들어갈 때 까지 흔한 학원도 한 번 다녀본 적이 없다. 물론 부모님이 교육비에 투자하지 않는 분들이셔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통합교육 환경 속에서 혼자만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으로 지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했던 점도 있었고, 설령 학원에 간다 하더라도 칠판 글씨가 보이지 않는 까닭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학원 같은 곳은 다녀볼 기회가 없었다.

대신 부모님이 선택한 방법은 학습지나 참고서, 문제집, 문학서적 등 책에 대해서 만큼은 사달라는 대로 다 사주시는 것이었다. 잔존시력이 책에 얼굴을 바짝 대고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은 되었기에 부모님의 교육열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여하간 어려서부터 나는 책 욕심이 많아 문제집과 같은 책들 조차도 참 많이 사달라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내 책 욕심은 독서까지 이어지기 보다 소장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이긴 했다.

아마 사주신 책들의 9할은 손조차 안 대고 그대로 폐휴지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책을 오래 보기도 어렵고 학교 수업만으로도 지칠대로 지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기에 공부하라는 잔소리나 사준 책을 보거나 문제집을 풀라는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중학교때인가 한 번 시험기간에 공부하기가 너무 싫어서 아예 손을 놓아버린 적이 있다. 물론 그 결과는 나조차 충격을 받을 정도였고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으신 부모님께서는 공부 좀 하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때 내가 한 변명이 "아 책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겠어요"라는 것이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했으니 당연히 더 야단을 맞을 수밖에 없었고 부모님께서는 잔뜩 쌓여 있는 책들을 가리키며 "저걸 보고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냐"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제는 학창시절 오래전의 이야기이고 이 일화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기억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이 되어 버린 일이 있었다. 매 학기 시각장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시각장애인복지관의 장학생 선발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했었다.

예전에는 시각장애 대학생 하면 대부분이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 전공자들이었는데 요즘은 로스쿨이나 경제 관련에서부터 음악 관련 전공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을 갈고 닦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지원자들에게 학교생활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느냐고 질문을 해 보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답변이나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등이 어렵다는 답변도 있었다.

그런데 가장 많은 학생들이 어렵다고 이야기 한 것은 교재를 구하는 일이었다. 전공들도 다양해지고 각 수업에서 사용하는 교재들도 다양해 졌다고 한다. 한 과목에서 교재 한 가지만을 사용하는 경우도 거의 드물다고 한다.

한 학기에 보통 20학점 내외를 이수하기에 적게는 7과목에서부터 많게는 10과목에 이르기까지 수업을 듣게 되는데 한 과목당 3권의 책만 필요하다고 해도 21권에서 30권에 달하는 교재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잔존시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학생들이라면 대체도서를 구하기 어려울 경우 확대독서기를 이용해서라도 교재를 조금이라도 활용할 수가 있겠지만 불편함이 크고 장시간 동안 교재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잔존시력이 없는 학생은 대체도서를 구하지 못하면 교재를 활용할 방법이 없다. 물론 근래에는 국립장애인도서관 등이 대학 교재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속한 지원을 위해 노력 중이기는 하다.

하지만 필요한 교재수에 비해 의뢰 가능한 도서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제작 속도도 학기초 의뢰가 몰려 지체될 수밖에는 없다. 게다가 수강신청시 공개된 강의계획서 상에 교재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는가하면 실제 개강 후 사용하게 되는 교재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으며, 수강정정을 통해 다른 과목을 수강하게 되는 경우까지 있어 교재로 인한 어려움을 피하기 쉽지 않다.

물론 학생들은 스스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고 있다. 사전에 선배나 친구들을 통해 수강할 과목과 그 과목의 담당교수 등을 파악하고 해당 교수에게 요청하거나 자신들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미리 교재를 확보하는가 하면 교재 제작을 의뢰한 후 해당 교재와 유사한 책들 중 이미 대체도서로 제작되어 있는 자료를 활용하며 의뢰한 도서가 제작 완료되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물론 이런 어려움을 고려하여 요즘은 제작을 의뢰한 교재가 완성되기 이전이라도 챕터별로 제작이 완료될 때마다 부분 제공을 해 주는 등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각장애 대학생들은 교재에 갈증을 느낀다. 정말 이들은 책이 없어 공부를 못 하는 것이다. 오래전 내가 궁색한 변명으로 말하던 책이 없어서 공부를 못 한다는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렇게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책을 구하기 어려워 공부에 지장을 받는 시각장애 대학생들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도서제작을 위한 인력을 늘리는 것 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본다.

시각장애 대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 차원에서부터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수강신청 기간을 좀 더 당겨 주거나 이들이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들에 대해 사용 할 교재에 대해 보다 정확한 안내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두 어렵다면 최소한 수강신청시 제공되는 강의계획서에 명시된 교재가 변경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장애 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이 완비되고 이들을 위한 도우미 학생이 배치되며 수강신청을 위한 사이트에 접근성이 보장되는 것만으로 학교의 책무를 다 했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이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역량을 갖추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것이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기반으로 사회에 진출하여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정책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장애인 고용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지금 시각장애 대학생들이 말하는 "책이 없어서 공부를 못 하겠다"는 진짜 책이 없어서 나오는 이야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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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봉래(jhob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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