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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일자리, ‘배치’ 아닌 ‘존중’이 답이다
취임 1년 맞은 문재인 정부…장애인 일자리 정책을 기대하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5-11 17:18:311
결혼식 당일에야 배우자를 알 수 있던 시대에서 놀라운 건 이혼율이 낮았다는 사실이다.

오랜 기간 연애 후 결혼한 부부들도 이혼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현 세태에 비춰보면 놀라운 일이다.

아마도 가부장제도에다 이혼이 흠인 당시 사회에서 여성들의 희생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다.

프랑스처럼 남녀동수내각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내각의 여성 비율은 전임 대통령들 때보다 높다. 새 정부의 성 평등 의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여성의 도장을 도용해 혼인신고를 하거나 여성을 성적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큰 흠이긴 하지만 말이다. 전임 정권의 ‘출산지도’가 나왔을 때 여성단체들의 비판은 정책의 폐기를 이끌어냈다.

이처럼 여성의 인권이 신장된 오늘날, 그 옛날처럼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을 하라고 한다면 어떨까?

사람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한데 우리는 그 조항에 있지도 않은 전제를 달곤 한다. ‘그것이 보장하는 건 권력자들’이란 경험칙(經驗則)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권력이 타인의 권리를 약탈하며 성장한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누려야 할 자유의 가치는 묵살된다. 약자는 그렇게 약자가 되고, 강자는 그렇게 강자가 된다.

합리적으로 보이는 비합리적인 이 문화는 여성을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시킨 과거에도, 여성들의 권리 찾기의 일환인 미투운동이 활발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다른 약자들에 대한 제도도 같은 문화에서 파생됐다. 대표적인 게 장애인 관련 정책이다.

지난해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콜로라도대학의 스캇 쿠퍼먼 교수는 “미국 발달장애인의 직업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들의 의중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와의 인터뷰에서다.

각 개인에게 장기적인 경력 계획을 작성하게 해서 장애인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와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를 파악해 장애인을 어떤 일자리에 ‘배치’하는 게 아니라 그들 한 명 한 명의 생각과 능력을 ‘존중’해 일자리를 찾아준다는 거다.

이를 위해 고안한 맞춤형 고용은 한 명의 구직자와 한 명의 고용주 간의 필요성을 충족시켜 구직자의 장점, 조건, 관심과 고용주의 사업상의 필요성간의 개별 일치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을 통해 취업한 발달장애인들은 서비스업부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전문직 등 다양한 영역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장애인의 직업은 권력자들로 일컬어지는 강자들에 의한 ‘배치’의 영역이다. 김양수 한빛맹학교 교장이 시작한 ‘한빛예술단’ 사업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고안됐다.

김 교장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이 눈으로 하는 것인데, 시각장애인들은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직업이 제한적”이라며 “그래서 대부분 안마업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 한빛맹학교 교장이 된 후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그들이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학생이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했고, 이게 김 교장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게 예술단은 시작됐다. 그 당시를 그는 “졸업생 가운데 예술단에 들어온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직업을 갖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한 번 해보자’란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시각장애인은 안마업, 발달장애인은 서비스업. 이와 같은 등식은 장애인들의 숨겨진 재능을 가둬버린다. 교육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Education(에듀케이션)’의 어원인 ‘Educate(에듀케이트)’는 ‘밖으로 이끈다’는 의미를 지닌다.

가르치기보단 학생의 재능을 끄집어내는 게 교육의 진정한 의미인 셈이다. 이런 면에서 한빛예술단은 참교육의 모델이다.

이처럼 장애인 직업교육은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이어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회의 편견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장애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더 이상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 취임 1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일자리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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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심지용(yololongy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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