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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과 성 정체성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5-14 17:16:131
스킨십은 사람들 간에 애정을 표현하고 나누는 매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인 반면 맥락에 따라 그리고 관계성에 따라 매우 큰 불쾌함을 일으킬 수도 있는 행위이다.

스킨십은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해 오는 동안에 결핍되면, 그 사람의 성 정체성과 미래의 대인관계, 특히 이성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아기가 부모의 애정 어린 꼭 껴안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성장한다면 그 사람은 평생에 걸쳐 그런 경험을 추구하는 행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어떤 어려움을 당했을 때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누군가의 말없이 해 주는 따뜻한 포옹은 깊은 위로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신뢰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스킨십은 우리를 위로해 주고 또 행복하게 만들어 주면서 우리가 건강한 성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도와준다.

장애인시설에서 오랫동안 일 해 오거나 혹은 장애인을 어릴 때부터 돌보아 온 복지종사자들은 장애인들과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

필자 역시 비장애인들과는 스킨십을 잘 안 하지만 발달장애인들과는 비교적 쉽게 스킨십을 하는 편이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보면, 발달장애인들이 필자의 손을 잡거나 안으려고 할 때 그들의 손길을 뿌리치면 냉정한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는 발달장애인들이 성인이어도 그들에게는 아이들과 같은 순수함을 느끼기 때문에 내 편에서 어떤 성적 긴장감이나 불편한 마음 없이 편안하게 그들의 터치를 받거나 그들을 터치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아는 지적장애 3급의 30대 초반의 한 남성은 퉁퉁한 몸집에 비해 애교스럽고 말도 잘하는 젊은이다. 그는 초등학생 때 자신의 친엄마와 이혼한 아빠가 새엄마를 들이면서 아빠와 새엄마에 대한 적대감과 미움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사람들에 대한 상냥한 태도가 언제 적대적 태도로 변할지 모르는 불안정성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은 그를 기피하였다. 이런 그에게 필자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어주곤 하였다.

필자와 친해졌다고 여긴 그 남성은 어느 날부터 필자를 보면 멀리서도 웃으면서 팔을 벌리고 안으려는 포즈를 하고 다가왔다. 필자는 그 남성의 거대한 몸집과 대비되는 귀여운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오면서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했다.

하지만 필자는 그 마음을 얼른 접고 대신 환히 웃는 얼굴로 그의 눈을 쳐다보면서 손을 뻗어 그의 손에 가볍게 하이파이브해 주었다.

그러면서, 필자는 그에게 “서른 살이 넘은 성인을 제가 어린아이처럼 껴안으면 실례에요. 그래도 반가우니까 우리 하이파이브해요.”라고 말하면서 스킨십에 대한 그의 욕구를 인정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해 주었다.

필자가 그 남성에게 그렇게 반응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 사람이 하이파이브라고 하는 가벼운 스킨십을 통해 필자로부터 자신이 수용되고 환영받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가 다른 성인들과 할 수 있는 인사와 적절한 스킨십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하기 위함이었다. 필자가 그에게 준 애정 어린 눈빛과 미소, 따뜻한 말 등은 모두 추상적인 방법으로 친밀감을 나타내는 것들이다.

사람은 나이 들어감에 따라 애정을 나타내고 또 애정을 교환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즉, 사람들은 애정표현이 구체적인 신체 접촉에서 추상적인 접촉으로 어떻게 발전시켜나가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만일 그 남성의 바람대로 필자가 그를 껴안았다면, 필자는 그를 30대의 ‘온전한’ 성인 남성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 성인들을 성인으로 여기지 않는 모습과 똑같은 것이 된다.

그 발달장애 남성은 자신이 성인 남성이라는 인식을 필자의 반응을 통해 더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성 정체성은 그로 하여금 나이에 맞는 적절한 행동과 태도를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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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진옥(juliaj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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