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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도 휠체어 댄서가 될래요”
'불후의 명곡'을 보고 다시 꿈을 찾은 율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1-11 14:03:131
tv를 보고 있는 율희  ⓒ최선영
▲tv를 보고 있는 율희 ⓒ최선영
“엄마! 엄마! 엄마!”
“율희야 왜? 무슨 일이야?”

엄마는 저녁 준비를 하다 말고 율희의 다급한 목소리에 놀라 거실로 뛰어갑니다.평소와 달리 몹시 흥분된 모습을 보이는 율희는 얼른 tv를 보라고 재촉했습니다. 불후의 명곡에서 낯선 여가수가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율희야, 저 가수 엄마는 처음 보는데...”
“엄마, 잘 보세요.”

율희의 말에 엄마는 낯선 가수의 노래를 조용히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용수 중에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가수 서영은과 장애인 무용수 ‘빛소리 친구들‘이 호흡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율희 옆에 앉아 말없이 그들의 어우러짐을 지켜보았습니다. 율희의 눈이 초롱거리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그들의 무대가 끝나고 진행자 신동엽이 그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신동엽의 형님도 청각장애인이셔서 가정에서는 수화로 대화를 한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 무용수와의 인터뷰에 엄마는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진동을 통해 무용을 하는 그들의 어려움은 짐작만으로도 충분히 그 힘듦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몸짓 하나하나에 묻어나는 그들의 노력이 마음에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무용을 하는 남자 무용수에 율희는 더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엄마, 휠체어를 타고도 저렇게 멋지게 춤을 출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엄마가 전에도 말했잖아. 휠체어 댄서들도 있다고.”

그냥 말로만 듣던 거와 달리 tv로 직접 보게 되니 다른 느낌이었나 봅니다. 그것도 율희가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게 되니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엄마, 저도 춤추고 싶어요.”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율희   ⓒ최선영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율희 ⓒ최선영
율희의 말에 엄마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4살, 가장 예쁜 나이에 발레를 시작한 율희는 세상에서 발레가 제일 좋다고 했습니다. 엄마보다 더 좋은 사람은 발레 선생님이라고 할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7살,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사고로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인이 되기 전까지.

“율희야......”
“엄마, 하고 싶어요.”
“......”

무용수가 되고 싶다는 율희의 말에 엄마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유치원 졸업을 앞둔 율희가 만난 사고는 율희에게서 꿈과 웃음과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버렸습니다.

엄마는 처음에는 유치원 버스를 운전했던 기사 아저씨를 원망했습니다. 아이들의 등하교를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은 원장과 교사들이 미웠습니다. 하늘을 향해 소리도 지르고 땅에 곤두박질쳐서 배가 뒤틀릴 때까지 울어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율희에게 일어난 사고를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율희를 다시 걷게 할 수도, 예전처럼 나풀거리며 춤추는 모습을 볼 수도 없었습니다.

어린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큰 고통을 당한 율희에게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남들보다 1년 늦게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세상과 가까워지게 하려고 아니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게 하기 위해 비장애인과 함께 학교를 다니게 했습니다.

힘들었을 텐데 율희는 묵묵히 잘 견뎌주었고 다행스럽게도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잘 적응하는 듯했습니다. 어린 율희가 본 엄마의 눈물이 일찍 철이 들게 했는지 엄마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의젓하고 묵묵하게 버텨주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율희는 그 어떤 꿈도 꾸지 않았고 예전과 같은 미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속마음을 숨긴 체 웃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 율희의 일상이 엄마는 늘 걱정이 되었습니다.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척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그런 율희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이 기적 같았습니다. 그것도 춤을 추고 싶다는 말에 좋으면서도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율희야, 휠체어를 타고 춤을 추는 것은 많이 힘들 수도 있어.”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 '빛소리 친구들' 모습  ⓒ최선영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 '빛소리 친구들' 모습 ⓒ최선영
“엄마, 제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춤을 추고 있을 때였어요. 휠체어를 타게 되면서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었어요. 청각장애인이 듣지 못하는데 리듬에 맞춰 저렇게 멋지게 춤을 추고, 휠체어를 타고도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어요. 휠체어의 두 바퀴가 다리가 되어서요. 장애인도 춤을 출 수 있냐는 질문에 엄마가 휠체어 댄서가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 말이 저에게는 희망이었어요. 매일 밤 꿈을 꾸었어요. 예전처럼 다시 춤을 출 수 있는 꿈을요. 내가 사람들 앞에서 휠체어를 타고 춤을 출 수 있을지... 그런 용기가 생길 수 있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었어요. 오늘 ‘빛소리 친구들’의 무용을 보면서 저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가졌어요.”

엄마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어쩌면 율희가 엄마보다 더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씩씩하게 살아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도 춤을 출 수 있는지를 묻는 율희에게 휠체어 댄서가 있다고 대답은 했지만 율희가 춤을 출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편견이 있었기에 율희는 안된다는 생각부터 했는지... 엄마는 율희에게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불후의 명곡'에서 서영은이 부른 ‘꿈을 꾼다’를 그날 이후 율희는 매일 듣습니다. ‘빛소리 친구들’의 멋진 무대를 보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든 무대를 통해 장애인에게는 새로운 꿈을 꾸게 하고 희망을 품게 했습니다. 비장애인에게도 감동을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율희는 단 몇 분의 시간을 통해 가슴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꿈을 이제 세상에서 펼쳐보려고 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우러짐이 더 많은 방송에서 볼 수 있기를 엄마와 율희는 바라봅니다.

“엄마, 휠체어 댄서를 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율희야, 엄마가 다 알아보고 빨리 시작할 수 있도록 해줄 테니 아무 걱정 말고 우리 율희는 스트레칭도 하고 건강에 좀 더 신경 쓰도록 해.”
“네 엄마, 그건 염려 마세요.”

 휠체어 댄서가 된 율희의 모습을 생각하며  ⓒ최선영
▲ 휠체어 댄서가 된 율희의 모습을 생각하며 ⓒ최선영
'불후의 명곡'에서 ‘빛소리 친구들’의 무용을 본 이후 율희는 다시 꿈을 꾸고 행복한 미소를 되찾았습니다. 율희가 이 꿈을 이루어 무대에서 멋진 춤을 추는 모습을 생각하며 엄마도 행복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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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선영(faith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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