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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올바르고 멋지게 표현할 예술인 없나요?
장애·장애인 긍정적으로 묘사할 예술인 발굴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5-14 12:28:031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이 매체에 등장하는 방법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극단적으로 비운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방법
둘째, 장애를 ‘극복’하고 성취를 이뤘다고 나오는 방법
셋째, 장애를 이유로 사회에서 매장되거나, 범죄의 근원으로 묘사 당하는 방법
넷째, 장애가 놀림의 소재로 등장하는 방법
다섯 번째, 장애인도 그저 그런 사람이지 하는 이야기로 넘어가는 방법

이 마지막 방법을 뺀 네 가지 방법은 우리가 당연하게 ‘거부’해야 하는 장애와 장애인 관련 서사의 뼈대입니다. 다섯 번째 방법만이 그나마 장애계에서도 비판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서사의 뼈대입니다.

장애와 장애인을 100% 긍정적으로, 권리의 주체로 묘사한 대중매체 작품은 거의 찾기 어렵거나, 있다고 해도 장애계 관련 인사들이 만든 작품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언론 등 대중매체가 가장 장애인을 많이 소환하는 것은 인권 보도일까요? 아닙니다. 범죄 관련 보도입니다. 범죄 관련 보도에서 장애인을 다루면 2가지 밖에 없습니다. 장애인이 피해자이거나, 가해자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특히 정신적 장애인에 대해서는 가해자로 보도되는 일이 잦을 정도라 저도 요즘은 정신적 장애 관련 보도를 조심해서 읽을 정도입니다. 마음이 상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장애와 장애인을 다룬 작품 중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팩트’가 틀린 부분이 종종 발견되곤 합니다. 사실이 아니거나,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진 서사가 아직도 버젓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최근 논쟁이 된 만화가 기안84의 ‘복학왕 청각장애 비하 묘사 사건’의 원인은 대중들의 장애 관련 서사 상상력 부족과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 이 두 요인의 부적절한 결합이 낳은 ‘예견된 비극’이었던 것입니다.

네이버 웹툰 초기 화면. ⓒ네이버 웹툰 화면 갈무리
▲네이버 웹툰 초기 화면. ⓒ네이버 웹툰 화면 갈무리
사실 저도 네이버 웹툰을 재미있게 봅니다. 몇 달 전까지 연재된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매우 감동적으로 봤습니다.

몇 주 전 완결된 <수학 잘 하는 법>은 학창시절 수학성적이 ‘존재하지 않았을 정도’로 좋지 않았던 제게도 참 재미있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요즘은 하필이면 저도 작품 주인공들처럼 29세라는 정체성이 있어서 ‘남의 일이 아닌 마음으로’ <아홉수 우리들>을 챙겨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일 장애에 대해 우리가 인정하고, 저마저도 ‘이렇게 장애와 장애인을 묘사한 것이 대단하다’라고 인정한 라일라 작가(물론 그분은 청각장애 당사자였지만)의 ‘나는 귀머거리다’도 사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것이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거운 이야기로 끝날 것 같아도 결과적으로는 웃긴 결말로 마무리되는 에피소드 구조가 ‘이제는 장애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네, 그렇습니다.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작품도 나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장애 당사자나 관련자 바깥에서, 장애와 장애인을 장애계가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긍정적으로, 주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은 과연 가능할 것인지 이번 기안84 사건을 계기로 생각해봅니다.

물론 작품의 결정적인 오류인 ‘장애인은 생각하는 것에도 장애가 있다’라는 잘못된 논리는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정신적 장애인들조차 생각하는 것에는 장애가 없습니다. 단지 생각하는 방법과 구조가 다를 뿐입니다.

결국 기안84 작가는 사과를 했지만 저는 사과를 받아 줄 마음은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면피하려는 안일한 태도가 더 한심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 수준이면 단순한 사과문 한 줄로 끝나야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비판’ 수준으로 반성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안84 작가는 이제 대중들도 잘 아는 대중 만화가이자, 이제는 작품 제목이 이제 사회학 책 제목(<복학왕의 사회학>, 최종렬 저, 오월의 봄)에 쓰일 정도로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작가입니다.

제가 대학시절 몸담았던 예술대학생 동아리 이름이 ‘철학하는 예술가’였습니다. 그들에게서 배운 사실은 예술가에게는 철학이 있어야 하며, 자신의 생각을 의미 있게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들과 함께했던 동아리는 졸업 후 개편을 거쳐 완전히 해산했지만, 그들과 함께 배우고 토론했던 기억은 지금도 기억에 남을 정도입니다.

그런 예술에 대한 생각이 과거에서, 대학에서만 머물러 있는 모습은 제게 참기 어렵습니다. 이제 예술에서, 서사에서 장애와 장애인에 대해서 올바르고 장애계에서 인정한 사실을 바탕으로 멋지게 표현할 예술인을 찾습니다.

저도 글도 쓰고 사진도 찍는 그런 ‘준 전문 예술가’로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장애와 장애인을 올바르고 멋지게 표현할 예술인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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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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