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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서 총신대 총장 취임' 기사의 아쉬움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6-11 13:46:131
이재서 총신대 총장 취임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모두가 시각장애인이 총장이 된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이재서 총장이 시각장애인이어서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인간 이재서로서 총장이 된 것이 기사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장애인이어서 총장이 된 것이 화제가 된 것이 아니라 총신대 총장이 새로이 선출되고 취임한 것이 충분히 기사로서의 가치가 있다.

장애인이 화가의 꿈을 가지고 열심히 창작을 해 왔다면, 처음에는 장애인에게 창작발표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에 예술활동에 불편함을 경험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것을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계속 장애인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사람들이 말한다면 그 작가는 나는 아무리 잘 해도 장애인 작가를 벗어날 수 없다고 느낄 것이다.

총장은 장애인과는 무관하거나 장애인임에도 충분한 능력을 갖춘 것이 조금은 총장이 되는 것에 긍정적인 가점으로 작용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장애인이어서 총장이 된 것은 아니다. 충분히 총장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었기에 된 것이다.

이재서 총장 취임과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 시각장애인이 된 원인, 장애인으로서의 어려움, 그것을 극복한 이야기, 장애인 아내로서의 대단함 등을 다루면서 장애를 극복한 사람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기사 곳곳에 개인적 미담 소개와 성공기, 장애인으로서의 어려움의 과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재서 총장은 어릴 때 열병으로 시력이 좋지 않았는데, 15세에 실명을 했다. 어린 시절 저시력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내용은 어느 기사에도 없다. 열병으로 표현되는 경우는 홍역 등을 앓으면서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져서 영양실조가 되어 시각장애인이 되거나, 고열로 인한 시신경의 약화로 시각장애인이 되는 경우이다.

15세가 되어 실명을 하였는데, 이는 시력이 나빠지는 것이 진행성이었거나, 눈의 상태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외부 충격에 의해 망막이 박리되는 경우이다. 기사에서 이러한 과정은 알 수 없으나, 완전 실명을 하고 세상을 모두 잃은 표현은 매우 강조되고 있다. 몰론 실명은 낙담을 안겨준다. 하지만 그것은 장애에 대한 반응의 한 가지이다.

갑자기 찾아온 밤, 눈이 보배인데, 몸이 천 냥이면 눈은 900백 냥인데,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등의 표현들이 그것이다. 이재서 총장이 실명 후 서울맹학교 고등부에 입학하여 재학 중 여의도 종교집회에 가서 ‘개미 한 마리가 동상을 더듬고 다닌다고 동상의 전체 모양을 알 수는 없다’는 설교를 듣고 감화를 받아 종교에 입문하였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이야기가 연상된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이 하나님의 큰 뜻을 어찌 알겠느냐는 설교였다. 시각장애인이니 이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았을 수는 있겠다.

이재서 총장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2년제 성경학교에 입학하였고, 학위가 인정되지 않는 총신대 교육과정에 입학을 하려고 하였으나, 시각장애인이라고 하여 원서를 받아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원서접수 창구에서 시위를 하듯 기다리다가 학점이 나쁘면 언제든지 학교를 그만둔다는 조건으로 겨우 입학을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장애인으로서 차별적 대우를 받았음을 말하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이 부족함을 언급한 것은 적절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사회복지학을 학사부터 박사과정까지 10년을 공부할 때에 성경학교에서의 주일학교 제자였던 사람과 결혼하여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책을 읽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사연은 부인의 고생이 많았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고생이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다.

총신대 학생 시절 조직한 밀알선교회가 세계적 사회봉사활동 조직이 되었고, 국내에서도 굴지의 복지단체가 되었다. 이는 이 총장의 업적이고 능력이다. 조금 더 상세하게 밀알선교회의 활동과 조직과정을 소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직 총장이 회계부정으로 물러나게 되었고, 정년퇴직을 한 66세에 10명의 경쟁자를 이기고 총장이 되었다. 이 대목에서 막 정년을 넘긴 교수를 ‘할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은 과하다. 만장일치로 총장이 되었다는 것은 이 총장의 신임도를 말하는 것이다.

이 총장이 성격이 원만하고 균형을 가진 사람이라든가, 친화적이고 학식이 높다는 것은 총장의 자질일 것이다. 그리고 세계밀알선교회의 후원금 모금과 운영 능력도 총장으로서의 자질로 인정받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장애인으로서 좌절하고 비참한 암흑을 경험했다는 사실보다 이러한 성품과 학식, 사회적 활동 배경이 상세하게 소개되고 인터뷰 질문으로 잡았어야 했다. 그리고 대학의 대표학과인 신학이 아닌 사회복지학 전공 교수가 총장이 된 의미나 배경에 대한 언급도 있을 만한데 그런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일부 기사에서 총장이 되어 앞으로 학교복지를 위해 수백억의 모금을 하겠다는 말을 인용하였는데, 이것은 이 총장의 능력이 대단함을 은근히 말해주는 것이다. 총장이 되어 학교복지를 위해 일하겠다는 간단한 포부보다는 학교복지를 넘어선 파행적 대학 운영의 혁신이나, 학내문제 해결, 학교 이미지 개선, 종교계에 대한 기여 등 보다 세부적 포부를 파고들어서 기사로 다루었어야 했다.

부인에 대한 인터뷰에서도 장애인을 만나게 된 동기, 살면서 고생한 이야기가 기사로 다루어졌는데, 죽으라는 법은 없어요., 장애인과 사랑을 해서 집안 반대도 극복하였고, 미국에서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 경제적, 교육적 뒷바라지를 했고, 우리도 이렇게 어렵게 살면서 꿈을 이루었는데, 오늘 같은 날이 올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용기를 가지고 여러분도 사십시오라는 기사 내용은 마치 총장이 출세의 상징이고 꿈의 완성이고 한풀이를 했다는 식이다. 성공한 사람, 장애를 극복한 사람을 부각하기 위해 선택된 단어가 과장적인 것은 금물이다.

개인적 미담사례가 아니라 총장 취임 자체가 기사화되어야 하고, 장애인의 삶을 투명하게 드러내거나 장애인의 주체적 삶을 이야기하거나,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등의 바람직한 기사가 아닌 장애만을 강조하거나 극복 이미지, 장애를 비극으로 표현한 이미지, 개인적 성공미담 등은 바람직하지 않은 언론 태도이다.

장애인이 소풍을 갔으면 오랜만에 장애인도 소풍을 통해 문화생활을 즐기고 이웃들도 함께 즐겼다는 기사 내용이 장애를 극복하고 소풍을 갔다는 기사로 둔갑한다면 곤란하다.

장애인이 체육선수로 대회에 참가하였다는 내용이 세상의 벽을 뚫고 달렸다는 기사로 둔갑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 이 총장이 아닌 인간 이 총장의 이야기나, 총장으로서의 기대와 축하를 기사화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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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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