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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예술, ‘창조적인 결정’을 하는 사람들
발달장애인 독특한 감각세계 예술에서 ‘창조적인 결정’으로 발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1-13 13:49:091
모든 작품의 탄생과 존재는 특별합니다. 특히 발달장애가 있는 미술가들의 작품에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생각과 감정, 경험의 표현을 비언어적인 요소로 시각적 사고, 감정적 해방 등의 복선들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사물이나 상황을 연관성 있게 사고하기보다 특정 관심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완성된 그림을 보면 고정화된 반복 그림이나 사물을 단순 나열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폐 성향이 강한 미술가들은 반복화를 그리면서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는 학설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반복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재미난 점을 발견하게 되지요. 그 특정 관심 부분이라는 것이 어찌 그리 작가들마다 개성이 넘치는지 확실히 우리와는 다른 관점으로 사물과 사람, 세상을 보고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어느 미술작가 이야기를 잠시 해 보겠습니다. 그 어느 미술작가라는 사람의 이야기는 사실 제 아들, 이규재의 논픽션입니다. 제 글의 리얼리티를 위해 아들 실명을 종종 올릴 것이기에 이참에 미리 제 아들이 자폐인이고, 현재 아르브뤼코리아 사회적협동조합(발달장애미술가들의 사회적협동조합) 소속 작가로 활동 중임을 밝힙니다.

어느 날, 우연히 규재가 동그라미를 빼곡히 그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게 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 동그라미의 사물이름이 다 다릅니다.

이건 자동차 바퀴, 이건 리모컨 버튼, 이건 컵...(응? 어디가 컵일까? 아, 위에서 내려다 본 컵 모양), 이건 벽시계.... 이건 풍선껌...(풍선이면 풍선이지 왜 껌인지), 학교 식판의 밥, 국 놓는 동그랗게 파인 부분...(식판 전체는 사각인데 왜? 밥, 국 자리의 원형이 관심인지) 등등 이 세상의 모든 원형은 다 있는 듯 하지만 그 중에는 우리가 동그라미라고 미처 인식하지 못한? 안한? 물건도 있다는 것이 새삼 재미있었습니다. 시각적인 과민 감각이나 자극 포인트가 독특하다는 발달장애인의 특질이 자신만의 그림 세계에서는 ‘창조적인 결정’이 되는 듯했습니다.

발달장애화가의 반복화. ⓒ이규재
▲발달장애화가의 반복화. ⓒ이규재
게다가 그 ‘창조적인 결정’은 언제까지나 그 동그라미만을 그리는 반복화로 머물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많은 경험과 생활 학습을 통해 성장을 하고 경륜이 생기면서 반복화의 고정된 이미지가 유연해지고 자발적 활용이 능숙해집니다.

리모컨 버튼의 동그라미만을 집중하던 것이 채널이 바뀌는 순간과 리모컨의 작동 관계를 터득하게 되면서부터 그 동그라미는 채널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화살표 모양이 이리저리 이어지는 또 다른 그림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자기 안에 잠자고 있던 미개척의 기능이 열리는 순간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흔히 미술예술을 하려면 창작의 힘이 있어야 한다, 창의력을 키운다라고 말합니다만 어디 창의력과 창작의 힘이 키운다고, 교육한다고 계획한 만큼 길러질까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비장애인들처럼 같은 동그라미를 보더라도 단순히 눈에 비치는 모양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 발달장애인들은 그 가려진 그림자 너머 너머까지도 볼 수 있는 타고난 천리안의 감각을 장착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여느 미술가들은 작품을 할 때 정형화된 고정관념을 떨치고 창의력을 발동시키고자 하는 나름 준비단계가 있습니다. 명상이나 여행 등을 하며 온갖 창작의 유혹을 기다리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발달장애미술인들은 일상이 창작이고 창의적입니다.

몸을 앞뒤로 흔들며 끊임없이 자신의 신체리듬을 확인하기도 하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나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에도 자기 방식으로 반응하는 이 독창적인 생체리듬은 가히 철학적 예술의 차원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 발달장애인들을 미술예술에 최적화된 인재들이라고 단언합니다. 고정관념으로 길들여지고 교육된 굳어진 감각의 여느 미술가들처럼 창작을 하려고 창의력이라는 천부의 감각을 글로 배워 습득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발달장애인들은 이미 천생 감각으로 태어났으니 말이지요.

지금 시대의 현대미술은 선명한 순색과 절제된 기하학적 형태를 위주로 한 새로운 추상회화가 발전되고 있습니다. 탈회화적추상이라는 새로운 포괄적인 장르의 탄생입니다. 발달장애미술인의 그림에는 그 흔한 원근법보다, 그 흔한 명암처리보다,

그 흔한 보색관계보다 더 도드라지고 혀를 내두르는 절묘한 표현법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창의력이 넘치는 그림을 원근법이나 명암, 보색처리 등등을 운운하며 아쉽게도 작품으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미적 공식에 얽매인 짜여 진 그림은 보는 사람들이 피곤함을 느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빠른 속도와 넘치는 정보 홍수의 사회적 피로감을 발달장애미술가들의 자유로운 표현이 휴식을 주는 것이지요.

흔하게 흉내 낼 수 없는 기발한 색채와 역동적인 선으로 완성된 발달장애미술가들의 ‘창조적인 결정’은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우리 사회에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위해 경제성과 효율주의에 빠져있는 숨 가쁜 우리들에게 나지막이 전합니다. 서로에게 일상의 고단함을 회복할 수 있는 내적 치유가 되어 보자고......

‘창조적인 결정’이 휴식으로 다가오는 그들의 예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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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은정(boktt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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