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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3-14 10:24:521
11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 사는 곳이 멀어 자주 보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 친구는 장애에 대해 안다.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설명할 정도다. 고작 유치원생인데도 말이다. 이모가 딸아이 유치원 선생님께 들은 얘기다. 벌써 10년도 더 전 일이다. 죽어서도 잊힐 수 없을 기억이다.

재벌은 악(惡)이다. 노조에게는 해체되어야 할 존재로 낙인찍혔다. 또 누군가에겐 계륵이다. 허나 그들은 결코 적폐가 아니다.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서가 아니다. 자신들의 기술 등 역량으로 사회에 선(善)을 행한다는 측면에서다. 신입사원이 점자책 제작을 위해 타이핑을 하고, 불우이웃에겐 손수 만든 음식을 직접 배달한다. 사회를 위해 희생한 의인을 선정해 상금도 준다. 이정도면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명(明)이 암(暗)에 묻혀선 안 된다. 물론 그 반대에도 잣대는 같아야 한다.

비단 돈이 책임성을 담보하진 않는다. 책임을 위해 돈이 저당 잡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러나오는 따뜻한 마음이면 된다. 돈 없는 마음과 마음 없는 돈이라면 흔쾌히 전자에 손을 잡을 거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인권은 책임성에 선행하지 못한다. 태어나는 순간 인간의 권리도 부여된다. 이를 지키든 버리든 각자는 생(生)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즉, 권리는 지킬 수도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책임성은 그렇지 않다. 자살이라는 순간에 닥치기 전까지 삶의 놓인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한다. 권리를 포기하는 선택도 책임져야만 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많은 이들이 돈 없는 마음에 손을 내밀 수 있다고 믿는 이유다.

인지와 사고(思考)가 가능해지는 시기부터 선택의 상황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책임지어지던 삶이 책임지는 삶으로 확장하는 순간이다. 고로 여러 갈림길에서 한쪽으로 나아감은 닥쳐올 현실을 책임지리라는 굳은 의지다. 이때부터 느껴지는 후회의 화살은 온전히 ‘내 몫’이다. 그렇게 우리는 선택의 중요성과 책임의 무게를 깨닫는다. 흔들리는 감성을 채찍질하는 이성이 인간을 사람으로 만든다.

주목하고 싶은 건 선택의 순간도 마주하기 전에 갖기 싫은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다. 온전한 정신이었다면 고르지 않았을 장애나 성별, 가난 등을 받은 이들. 나도 그 중 하나인 장애를 갖고 있다. 투자의 장애, 입법의 장애, 선택의 장애 등 수식어로 결정되는 장애 중 가장 무시무시한 장애는 신체의 장애이리라. 그럼에도 신기하게 다들 각자의 삶을 나름의 언어로 살아간다. 놀랄 일도 놀래킬 일도 아니지만, 스스로도 문득문득 놀란다. 타인이 장애를 유려하고도 아름답게 넘어가며 생활하는 걸 보는 것도 자주 신기하게 보인다.

사회적 약자에겐 이름이 없다. 여자사원의 실수는 여자 전체의 실수고, 동성애자의 행동은 모든 동성애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소수자들에겐 이름이 없다. ‘장애인의 사회적 책임’을 견지하며 살고 있는 이유다.

이성 간 첫 인상이 중요하듯, 비장애인들에겐 처음 보는 장애인의 인상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내 이름은 장애인인 거다. 따라서 처음 만나는 장애인이 ‘나’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건 장애인을 위한 일이란 마음가짐이다.

돈이 많은 재벌도, 연예인처럼 빼어나게 잘생기지 않은 장애인이 ‘장애인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는 건 그래서다.

1년에 몇 번 보지 않는 동생이 장애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살 때, 사회는 통합의 책임을 느끼기 시작하리라.

선택하지 않은 이들의 책임지는 삶을 얘기하고 싶었던 건 선택에 책임지지 않고 타인을 짓밟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과거 행한 일들을 책임질 시간”이라고. 그러고 보니 연예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대중들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 글은 독자 심지용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기고를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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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심지용(yololongy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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