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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통해 보는 정신질환과 장애-②
정신질환자 인권 지켜질수록 사회는 더 안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1-26 15:50:481
지난 10월 한 달 동안의 최고 흥행작을 꼽으라면 단연 토드 필립스(Todd Philips) 감독의 영화 <조커(Joker)>일 것이다.

영화 <조커>에서 그려진 조커는 지금까지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그려진 조커와는 달랐다. 악역으로서의 행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왜 악역이 되었는지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영화 자체가 가진 폭력성, 선정성으로 인한 모방의 위험 등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이 글에서는 주인공 아서 플렉(Arthur Fleck)에 주목하고자 한다.

두 차례에 걸쳐 영화 <조커>에서 그려진 정신질환과 장애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가 그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를 풀고, 어떻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글은 영화 <조커>를 다루기 때문에 영화 내용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영화 내용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졌지만, 이 글에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내용을 일반화하여 다룬다.


아동 학대는 조커의 ‘조커 됨’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의 학대는 뇌 손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아서가 뇌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자의와는 상관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증상이 이러한 학대로 인한 것이 아닌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Screenrant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의 학대는 뇌 손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아서가 뇌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자의와는 상관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증상이 이러한 학대로 인한 것이 아닌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Screenrant
우리 사회가 해야 하는 일을 논하기에 앞서 아동학대와 정신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고 한다.

아서의 어머니인 페니 플렉(Penny Fleck)은 유명인 출신의 고담시장 선거 출마자 토머스 웨인(Thomas Wayne)에게 자주 편지를 쓴다. 페니는 30년 전 토머스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한 인연으로, 토머스가 편지를 받고 우리(아서와 페니)의 딱한 사정을 알면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매번 어머니의 편지를 우편함에 넣던 아서는 어느 날 어머니의 편지를 뜯어본다. 내용인즉, 과거 토머스와 페니는 내연 관계였으며 아서는 토머스와 페니 사이에서 난 아들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아서는 옛날 페니가 입원했던 정신병동에 병력을 확인하러 간다. 기록상 페니는 자기애적 망상장애가 있었고, 그로 인해 토머스와 자신이 연인관계라고 믿고 행동한 것이었다.

이를 안 아서는 어릴 때 페니가 자신을 학대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여러 해석이 존재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어쨌든 아서가 성장과정에서 페니로부터 학대를 받았음은 영화에 표현된 사실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의 학대는 뇌 손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아서가 뇌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자의와는 상관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증상이 아동 학대로 인한 것이 아닌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영화 전체에 걸쳐 다수 나오는 아서의 상상(주로 본인이 주인공이며, 현실과는 다르게 매우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로 그려진다.)으로 볼 때, 아서도 페니와 마찬가지로 자기애적 망상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유츄한 수 있다.

2015년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정신질환 유병률 조사’ 연구에서 학대피해 아동 61명을 대상으로 정신과적 면담을 진행한 결과, 31명(50.8%)의 아동이 1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장애 순으로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학대피해 아동의 가정환경을 보면 한부모 가정이 약 40%에 육박했는데, 이는 한부모 가정의 경우 증가된 양육스트레스로 인해 아동학대의 위험성이 더 증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서의 경우는 이러한 연구 결과에 대체적으로 부합한다. 아서의 정신질환이 만성화되기 전에, 그러한 정신질환을 촉발시킨 원인은 페니로부터의 학대인 것으로 추측되며, 이는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었던 페니에 대해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지 못했던 고담시에도 일부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담시가 복지예산을 줄이지 않았다면 조커는 조커가 되지 않았을까?

만약 고담시가 복지예산을 줄이지 않았다면, 우리는 조커라는 존재를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 Screenrant
▲만약 고담시가 복지예산을 줄이지 않았다면, 우리는 조커라는 존재를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 Screenrant
첫번째 글에서 언급했듯 아서가 만성적 우울을 비롯해 갖가지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을 때 고담시는 복지예산을 줄여나가던 참이었다. 그래서 아서는 사회복지사로부터 상담과 약 처방을 받을 수 없었고, 이는 우발적 살인의 원인이 되었다. 만약 고담시가 복지예산을 줄이지 않았다면, 우리는 조커라는 존재를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고담시에 정신질환자 또는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체계가 어떤지 알 방법은 없지만, 이와 관련하여 국내에서 화두가 되었던 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이다. 법 개정과 그 개정의 의미를 파악하는 일은 아서의 경우와 연결해 보았을 때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과거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는 많은 경우 입원치료를 받았다. 때문에 강제입원이 쉬웠다. UN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에 대해 1) 입원심사기관은 사법 및 기타 독립적인 공정한 기관으로 운영할 것, 2) 자격 있는 정신보건전문가 1인 이상의 조언을 권고하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주요 선진국(미국, 독일, 프랑스: 법원 심사/호주, 대만, 일본: 독립적인 기구)은 이를 준수했지만, 한국은 아니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개입은 병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이루어졌고, 재활 및 복지지원, 조기발견 및 개입 등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규정은 부재했다.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은 강제입원제도를 개선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며,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규정을 신설하기 위해 진행됐다. 입원치료에 국한되었던 정신질환을 우리 지역사회가, 조금 더 다양하고 체계적인 복지서비스라는 도구를 가지고 개입할 수 있도록 그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법 개정과 동시에 병원이나 가족이 아닌 지역사회 차원에서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이뤄졌다. 물론 부족한 점과 논란의 여지가 동시에 있고, 상당 부분 아직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관련 부처는 현재 맞춤형 급여 및 긴급지원 신속연계, 사회복귀시설 및 정신건강증진센터 확충, 정신건강 토탈케어 사업 전국 확대 등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법을 정비했다고 해서 해결이 된 건 아니다. 법 정비는 시작이라고 보아야 맞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보기 위해 몇몇 선진국의 사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먼저, 미국의 경우 지역사회 내 정신장애인의 권리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활동으로서 권리보호 및 옹호체계(Protection & Advocacy system, P&A)가 있다.

미국 의회는 정신질환자 보호 및 권익옹호법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률에 근거하여 P&A기관은 장애인들의 안전한 삶을 확보하기 위한 권익옹호 및 법률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P&A기관은 정신장애인, 발달장애인, 그 외 장애인을 돌보는 시설에 대해 의심되는 학대와 방임을 조사하고,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사법절차를 진행하며, 적절한 구제조치를 취한다.

우리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지역별 옹호 및 감시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별도의 정신장애 권익옹호기구의 설립이 요구된다.

또 영국은 정부주도의 보편적이며 포괄적인 정신보건 서비스를 공공의료재정으로 지원하고 관리해왔다. 민간의료영역에 의존하면서 입원치료가 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영국에서는 치료 뿐 아니라 사회재활 및 사회복귀서비스가 재정적으로 통합관리 되면서, 정신병원 입원으로부터 외래, 지역사회 정신보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지원이 제공된다.

우리나라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료보장과 사회복지서비스가 동시에 맞물려 가도록 하는 재정지원방식의 변화를 통해 포괄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지원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 대국민 인식개선도 필요하다. 더욱이 영화 <조커>와 같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각인시킬 수 있는 미디어가 많아질수록,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다루는 뉴스 보도가 증가할수록 이러한 인식개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가정, 학교, 직장을 비롯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그들에 대한 생각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우리는 누구나 신체적 질병 때문에 아플 수 있는 것처럼, 정신적 질환을 앓을 수도 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지켜질수록 이 사회는 더 안전해질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고담시의 모습을 닮지 않기를 바란다.

※ 참고자료
: 1.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정신질환 유병률 조사>(하지혜 외, 2015)
2. <정신보건법 개정 배경 및 정신건강복지법 주요내용 안내>(보건복지부, 2017)
3.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해외사례 비교연구 실태조사>(국가인권위원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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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윤주영 대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9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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