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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눈물 앞에 무릎을 꿇고

지체장애 3급 박정현씨의 삶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7-14 15:27:39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본격적으로 닭장차를 따라 다녔다. 그가 따라 다닌 트럭기사는 서른 살의 총각이었는데 조수석에 타고는 이러저런 얘기도 하고 사소한 것으로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면서 가깝게 지냈다. 1984년 12월 15일 저녁 8시쯤 기사와 함께 트럭을 타고 울산으로 닭을 실러 갔다.

컴퓨터 수리 봉사. ⓒ이복남
▲컴퓨터 수리 봉사. ⓒ이복남
겨울철의 8시라면 깜깜한 밤중이었지만 하루 이틀 다녀본 길이 아니기에 기사와 함께 룰루랄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신나게 달렸다. 만덕터널을 지나고 노포동으로 접어들었을까, 갑자기 눈앞에 커다란 물체가 나타났다. 어어어어……. 기사와 동시에 놀라면서 그 물체가 무엇인지 가늠을 하기도 전에 꽈당!

눈을 떠 보니 온통 회색이었으나 차츰 흰색으로 변했다. 왼쪽 옆구리와 왼쪽 다리가 묵직하고 아픈 게 돌덩이를 달아 놓은 것 같았다. 백병원, 12월 25일이었다. 벌써 열흘이 지났던 것이다. 그는 열아홉 살이었고 함께 탄 기사는 서른 살이었는데 결혼도 안 한 기사는 그날 밤 서른 살로 생을 마감했다.

동인지 시화전에서. ⓒ이복남
▲동인지 시화전에서. ⓒ이복남
그는 기사가 운전하는 2.5톤 트럭의 조수석에 타고 울산으로 가고 있었는데 노포동에서 덤프트럭 한 대가 불법으로 유턴을 하면서 갑자기 뛰어 들었고 깜깜한 밤중이라 미처 피할 겨를도 없었던 것이다.

그가 정신을 잃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동안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목숨이 붙어 있었으니 터지고 찢어져서 제멋대로 튀어 나온 내장은 배를 가르고 제자리를 찾아 붙이고 꿰매기는 한 모양이었다. 열흘이나 깨어나지 않았으므로 다리는 수술 할 엄두도 못 내고 응급조치만 해 둔 상태였는데 의식이 돌아와서 수술을 하려고 보니 다리의 상처는 이미 곪아 터져서 썩어가고 있었다.

컴퓨터 수리 봉사. ⓒ이복남
▲컴퓨터 수리 봉사. ⓒ이복남
의식이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간호사가 미음을 떠 먹여 주었는데 두어 숟갈쯤 받아먹으면 그대로 올라왔다. 아무래도 다리를 잘라야겠다고 했다. 이 꼴에다가 다리병신까지. 살고 싶지 않았다. 미음을 가져오면 도리질을 했다. 죽으면 죽었지 다리는 자르고 싶지 않았다. 면회시간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눈물로 애원을 했다.

“제발 다리를 자르자. 이대로 두면 목숨이 위태롭단다.”
굳게 입을 다문 사이에 자고 나면 옆 침대의 사람들은 하나씩 사라졌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흰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응급실을 나가겠지. 열아홉 내 인생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별로 서럽지도 않았다. 그냥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며 죽을 날만 기다렸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인가. 꿈인가 생시인가 어여쁜 선녀가 미음 그릇을 들고 그 앞에서 미소를 짓는 게 아닌가.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는 처음 보았다. 그 백의의 천사가 미음 그릇을 들고 웃으면서 “자 한 입만…” 아무리 죽기로 작정을 했다지만 천사의 미소 앞에서는 절로 입이 벌어졌다.

한비문학 신인상. ⓒ이복남
▲한비문학 신인상. ⓒ이복남
그리고 천사는 다리 수술을 권유했다. “수술을 해도 의족이 좋아서 별로 표도 안 납니다.” 천사의 미음은 어쩔 수 없이 받아먹었지만 다리 수술에는 망설였다. 그런데 천사가 그에게 다가와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 아닌가. 천사의 눈물이라니.

“우리 집은 서울인데 며칠 휴가를 다녀와야 되는데 정현씨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파요. 내가 휴가 다녀 올 동안 제발 수술 받으세요.” 천사의 눈물 앞에 꽁꽁 얼었던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봄눈 녹듯 스르르 풀리는 게 아닌가. 천사는 서울로 휴가를 가고 그는 수술을 받았다. 왼쪽 다리 대퇴부 절단.

천사는 다시 돌아왔다. 천사를 바라보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의사와 간호사들도 난리가 났다. 백병원은 1978년에 문을 열었는데 개원이래 중환자실에서 말하는 사람은 그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박정현씨 이야기는 3편에 계속.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이복남(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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